소송도 마무리하고 금호석화 얼굴 된 박준경 사장 | 전기차 분야 투자 늘려 보릿고개 넘는다 [CEO LOUNGE]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6. 10. 19: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이자 그 뒤를 이을 박준경 사장(45)에 이목이 집중된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 퇴진으로 금호가(家)가 사실상 3세 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경 사장은 최근 금호석유화학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등기이사에 올랐다.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유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금호석유화학 계열사 중 자산 규모(1조9700억원)가 가장 큰 데다 세계 5위 수준의 비스페놀에이(BPA)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박준경 사장 여동생인 박주형 사장은 이미 2016년부터 사내이사를 맡고 있고, 이번에 박 사장도 등기이사직에 오르면서 금호피앤비화학 주요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1978년생/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2007년 금호타이어 입사/ 2010년 금호석유화학 입사/ 금호석유화학 해외영업팀 부장, 수지해외영업 상무, 수지영업담당 전무/ 2021년 6월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부사장)/ 2022년 12월 금호석유화학 사장(현)
금호석화, 박준경 사장 체제로 전환

금호피앤비화학 등기이사까지 올라

재계도 박준경 사장 금호피앤비화학 등기이사진 합류를 놓고 ‘영향력 키우기’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승계 작업이 이뤄지며 박준경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강화돼왔고 이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라는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준경 사장이 경영 바통을 이어받는 상황에서 그룹 핵심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 등기이사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준경 사장 등기이사진 합류가 주목받는 이유는 박찬구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4일 금호석유화학은 “회사를 글로벌 석유화학·소재 기업으로 성장시킨 박찬구 회장이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찬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고 무보수 명예회장직만 수행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48년간 석유화학업계에 몸담으며 회사를 글로벌 석유화학·소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분야는 금호석유화학 시장점유율이 세계 1위(약 30%)다. 최근까지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장남 박철완 전 상무(지분율 8.87%)와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표 대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박 전 상무를 제압하며 ‘조카의 난’도 마무리 지었다.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을 마무리한 박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장남 박준경 사장이 금호석유화학그룹을 이어받으며 영향력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박준경 사장이 7.45%를 보유해 아버지인 박 회장(6.96%)을 넘어섰다. 박 회장 장녀이자 박 사장 동생인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부사장 지분은 1.01%다. 개인 최대주주는 여전히 박철완 전 상무(8.87%)기는 하지만 박 사장과 박 명예회장 지분을 합치면 경영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박준경 사장은 금호석유화학에서만 10년 넘게 국내외 영업을 경험하며 경영 수업을 받은 ‘영업 베테랑’이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한 박준경 사장은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해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영업팀 부장과 상무, 전무 등을 거쳐 2021년 6월부터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일하며 영업 직무 역량을 키워왔다. 그간 NB라텍스 생산 확대를 주도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준경 사장은 지난해 7월 금호석유화학 이사진으로 합류하고 그해 12월 사장으로 승진, 기획조정본부를 포함한 그룹 전반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조카의 난이 있던 시기 사장으로 승진하며 후계자로 두각을 드러냈다.

재계는 경영 전면에 나선 박 사장이 금호석유화학 실적을 개선하는 한편,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안착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본다. 백종훈 사장과 박준경 사장 투톱 체제에서 백 사장은 내부 경영에 집중하고, 박 사장은 신사업 추진 등 회사 먹거리 확보에 힘을 쏟을 거라는 관측이다. 오너 경영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투자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의 올 1분기 실적은 씁쓸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줄어든 13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1조721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했다. 석유화학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데다 회사 주력 제품이자 의료·조리용 장갑 소재로 주로 쓰이는 NB라텍스 수요가 코로나19 엔데믹 효과로 빠르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황이 특히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이유는 수출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제 상황 영향이 크다. 지난해 봉쇄 조치를 강화했던 중국이 리오프닝을 선언해 올해 석화업계 수요가 되살아날 거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 역시 별다른 도움이 되진 못했다. 시장에서는 NB라텍스 수요 감소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박준경 사장으로서는 장기 불황에 대비해 수익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당면한 셈이다.

전기차+바이오·친환경+고부가 등

석유화학에 3대 중장기 성장 전략 추진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 안정적 수익 모델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크게는 핵심(Core)·기초(Base)·성장(Growth)을 기조로 사업 부문을 강화한다.

핵심 사업에서는 타이어용 고형 합성고무와 라텍스 제품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노린다. 기초 사업에서는 합성수지 판매 범위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전략을 추진한다.

이런 기본 전략과 함께 금호석유화학을 이끌 미래 성장 사업으로는 ‘전기차’가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바인더용 라텍스와 탄소나노튜브(CNT) 등 관련 소재 개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타이어 제품 연구개발과 차체 경량화를 위한 고강도 합성수지 제품 개발을 강화하면서 CNT 제품 개발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소재 관련 생산시설도 늘려야 한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CNT 연간 생산능력 120t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360t으로 3배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부가 합성고무인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 증설도 마무리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SSBR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6만3000t에서 12만3000t으로 증설하는 작업을 마쳤다.

증권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전우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전기차용 타이어 고무 생산량을 전년 대비 2배가량 높이며 개발·판매 확대 중이고 장기적으로는 CNT 등을 개발 중에 있다”며 “(회사가) 올해 시황을 바닥으로 점진적으로 회복한다면 중장기적 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이외에 회사는 새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육성뿐 아니라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세웠다. 이와 함께 신사업 발굴이라는 뚜렷한 목적 아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