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가? [편집장 레터]
이런 투자는 패를 보지 않고 벌이는 포커와 같다.”
이번 주 매경이코노미가 선택한 단어는 ‘가짜’입니다. 아직도 ‘ing’ 중인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發 주가 폭락 라덕연 사태는 투자자들이, 그것도 나름 사회에서 엘리트라 불리는 이들조차 공인된 펀드매니저 대신 유튜브나 텔레그램 리딩방 등을 통한 ‘카더라’ 정보를 더 믿고 따르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표현이 ‘카더라’지 실제로는 ‘가짜’ 정보가 판을 치고 횡행하는 곳이 바로 그곳일 테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불신의 바이러스(Distrust Virus)’가 휘감고 있는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진단.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는 어쩌다 한국 자본 시장이 제도권을 외면하고 유사투자자문 업체나 소위 자칭타칭 재야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에게만 쏠리는 것인지, 그 현상과 배경을 파헤쳤습니다(p.22~30).
이와 관련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페북에 ‘가짜가 유리한 세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투자 관련 유튜브는 통 안 본다. 어그로 끄는 제목도 안 믿는다. 내가 출연한 방송 제목도 내 생각과 달리 나가는데 오죽할까. 트래픽만 나오면 제목은 본문과 달라도 상관없는 게 유튜브다”라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죠. 재미있게도 재야 고수들 상당수는 “증권사 보고서는 믿고 거른다”고 단언하죠. 도대체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일까요?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이렇게 말했죠.
“부동산에서 돈을 벌고 주식에서 돈을 잃는 이유가 있다. 집을 선택할 때는 몇 달을 투자해 공부하지만, 주식 선정은 몇 분 만에 끝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몇 분도 고민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대한민국을 ‘가짜가 횡행하는 사회’로 만든 것은 아닐
까요?
다시 한 번 피터 린치의 말을 인용해봅니다.
“소중한 돈을 일시적인 기분에 따라 투자하곤 한다. 조사 없이 하는 투자는 패를 보지 않고 벌이는 포커와 같다.”
일종의 ‘가짜 세상’인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살펴봤습니다(토픽-기로에 선 메타버스 앞날은 p.18~19).
월트디즈니는 최근 메타버스 개발 부서를 아예 없앴고, MS는 메타버스 서비스 ‘알트스페이스’의 VR(가상현실) 서비스를 종료했다죠.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었다며 회사 이름을 아예 메타(옛 페이스북)로 바꾼 메타 역시 메타버스와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버스보다 AI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한때 금방 세상을 바꿀 것 같던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블록스 인기도 주춤한 모습이고요.
메타버스는 과연 실패한 비즈니스 모델일까요? 아직 판단을 내리기는 일러 보입니다. 잠시 붐이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수많은 IT와 게임 업체들은 여전히 메타버스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만 해도 300만명이 넘는다니, 알음알음 가짜 세상이 어느덧 진짜 세계와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문턱까지 와 있는 듯합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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