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방울도 쥐어짠다"…기후변화 맞설 '스마트 워터 그리드'
기후변화로 극심한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등장하는 상황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마트 워터 그리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smart water grid)'는 수자원 공급과 수요를 촘촘하게 연결해 물 사용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개념으로, 2008년부터 호주나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는 이미 가뭄 극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환경·인(人) 포럼(회장 심재곤)과 한국 스마트 워터 그리드 학회(회장 우달식)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가뭄 극복, 스마트 워터 그리드로 해결하자' 토론회에서는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권현한 교수가 관련 주제 발표를 맡았다.
물 한 방울까지 관리하는 것
특히, 지난 100년 동안 보면 가뭄은 평균 10년 주기로, 대가뭄은 120년 주기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최근에는 가뭄 발생 주기가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여름철 강수량의 약 60%는 장마나 태풍에서 나오는데, 여름에 비가 안 오면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가 내려서 흐르는 것부터 물을 모아서 공급하는 것까지, 그리고 사용한 물이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것까지 한 방울 한 방울 다 계산한다는 식으로 '물 계정'을 만들어 관리하는 게 스마트 워터 그리드"라고 설명했다.
"물 공급 비용·에너지 최소화"
그 결과, 평상시 이곳을 흐르는 물의 70%는 2개 하수처리장에서 처리 후 방류한 물이라는 점, 그 물은 대부분 북한강의 소양댐에서 내려온 물을 취수해 사용한 물이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의 물 수요-공급 전자지도를 구축해야 하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등 정보통신 기술에 바탕을 두고 물 수지(收支, 수입과 지출)를 맞추는 '수자원 최적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권 교수는 "실시간으로 물 정보를 획득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과제"라며 "환경부를 포함한 여러 정부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고,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국민대 건설시스템공학부 이상호 교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작업을 수행(doing more for less)하는 것이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수자원이나 해수 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더라도 기존 수자원과의 최적 조합을 통해 물 공급 비용과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스마트 워터 그리드"라고 말했다.
실질적 물 관리 일원화 기대
환경부 박재현 물통합정책관은 "지난 4월 마련한 영산강·섬진강 중장기 가뭄 대책은 기후변화까지 고려한 최초의 가뭄 대책"이라며 "이는 가뭄의 경우 단 한 번이라도 정책(대책)이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재곤 환경·인 포럼 회장은 "199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의 수자원 관리 업무와 하천 유역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됐는데,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물 관리 업무를 실질적으로 통합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국회 조명희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과 유제철 환경부 차관도 참석했다.
조 의원은 항공위성시스템 분야를 전공한 경북대 교수 출신으로 현재 국회 국토공간정보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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