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불수능 예고… 국어 까다로워질 듯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리허설로 불리는 6월 모의평가가 지난 1일 전국 고교와 지정 학원에서 치러졌다. 대입 수험생에겐 중요한 시험이다. 실제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기 때문에 11월 있을 올 수능의 난이도와 출제 경향 등을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수생과 반수생(대학 재학하며 대입 재도전)도 응시하므로 수험생 본인의 객관적인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어 수시 지원 전략을 세우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6월 모의평가를 기점으로 ‘대입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신경 쓰는 입시 키워드는 ‘문과 침공’과 ‘의대 쏠림’이다. 문과 침공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해법 마련을 공언했다. 교육부는 크게 두 가지 방안을 내놨는데, 하나는 문과생도 이공계 전공에 지원 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이 호응하지 않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하나가 수능 난이도에 손을 대는 것이었다.
지난해 수능에서 문과 침공이 유독 부각됐던 이유는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영향이 크다.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만점자 점수)은 134점, 수학은 145점으로 11점차였다. 수학의 변별력이 훨씬 컸다. 이 때문에 대입 전반에서 수학의 영향력이 국어를 압도했다. 수학에서 경쟁력 있는 이과생들이 서울 주요 대학의 문과 전공에 합격하기 한층 수월한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이과 통합수능 첫해였던 2022학년도 시험에선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149점, 수학 147점으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평가원이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려면 국어를 어렵게 출제해 표준점수를 끌어올리거나, 수학을 쉽게 출제해 표준점수를 내리는 방식을 취할 공산이 크다.
수학을 평이하게 출제하고 국어를 지난해와 비슷한 난도를 유지하는 방안은 ‘의대 쏠림’이 심화되는 상황에선 선택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전국 27개 의대 최종 등록자의 국어·수학·탐구 영역 백분위 평균 70%(합격자 100명 중 70등의 점수)은 98.2점이었다. 2020학년도 97.4점, 2021학년도 97.2점, 2022학년도 97.8점으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합격선 상승은 합격자들의 점수가 촘촘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서울 주요대학들의 정시모집 비중은 40%다.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에서 뽑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을 포함하면 45% 안팎이다. 의대, 한의대, 치의대, 약대, 수의대 등의 진학을 노리고 유입되는 재수생과 반수생이 증가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수능이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 실패하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수학을 쉽게 내는 일은 출제 당국 입장에선 일종의 도박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어의 난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의 균형을 맞출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번 6월 모의평가를 통해 출제 당국의 의도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학원은 6월 모의평가는 원점수 기준으로 ‘언어와 매체’ 4.6점, ‘화법과 작문’ 7.8점 정도 낮아질 걸로 내다봤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 국어 134점보다 높은 138점 안팎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현행 대입제도가 유지되는 2027 학년도(현 중3 적용)까지는 전체적인 수능의 변별력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2028학년도부터 적용할 새 대입제도의 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등 교육 제도 변화에 따른 수능 위상 변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평가원은 지난 3월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EBS 연계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EBS 수능 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 등 자료를 변형하는 정도를 줄여 수험생들이 유사하게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학력 저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험생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능이 쉽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 시험 난도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될 것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수학 또한 쉬워질 것이란 예측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어에서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 몇 개를 출제하기보다 난도를 약간 낮춘 준고난도 문항을 다수 배치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2019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31번이 지나치게 어려워 당시 평가원장이 사과한 이후 출제 당국은 초고난도 문항을 자제하고 준고난도 문항 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변별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상위권 수험생에게는 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상위권에게는 어려운 시험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상위권 수험생은 실수를 줄이는 훈련을, 중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EBS 수능 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하되 준고난도 문항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이번 6월 모의평가의 출제 난도가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어는 문·이과 통합 수능 이후 수시 수능최저학력을 맞추기 위한 전략과목이므로 절대평가여도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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