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앙과 문화] 청소년의 버팀목이 되는 교회가 필요하다
마약류 문제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있었던 연예인 마약 투약 사건과 대치동 학원가에서 있었던 ‘마약 음료’ 배포 사건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 역시 대대적인 마약류 단속 및 수사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마약류 단속 통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간 마약류 사범 통계는 2015년 1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는 1만8395명이 마약류 관련 범죄로 단속됐다. 더 큰 문제는 마약류 사범의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까지는 40대가, 2019년부터는 30대가, 그리고 2021년부터는 20대가 마약류 사범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신규 마약류 투약자로 편입되고 있어 지금은 10~20대가 전체 마약류 사범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별히 청소년 마약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여러 제언 가운데 가장 우선하는 것은 ‘마약류’ 관련 실효성 있는 예방 교육이다. 2년 전 문제가 됐던 펜타닐 패치, 강남의 많은 학생이 공부를 위해 먹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 치료제 그리고 ‘나비약’과 같은 다이어트약의 경우 모두 마약류에 해당하는 의약품이다. 그만큼 의존성과 금단증상이 있으며,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처방이 없이는 먹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이것들이 마약류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 결과 고통스러운 금단증상이나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마약류 사범이 된 이들도 있었다.
교육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물중독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교육으로 인해 마약류를 알지 못하던 청소년들이 도리어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들도 있고 실제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리 있는 의견이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마약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에 노출된 상태이고 심지어 SNS를 통해 1시간이면 마약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마약류에 대한 실상을 음지에 묻어두고 유명인에 대한 처벌을 대대적으로 드러내어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식만으로는 풀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과 약국을 통해 구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해 우리의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마약류에 관해 구체적으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약 14만명의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교육부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약물중독 예방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행정시스템 안에서 다 아우르기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의 특성상 지역사회가 함께 이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 역시 지역사회와 협력해 학교 밖, 가정 밖 청소년들을 섬기는 일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ADHD 치료제를 먹으며 공부하는 아이들, 식욕억제제를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는 아이들. 모두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오남용하는 것이지만 이는 실력과 외모가 제1의 평가 기준으로 여겨지는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나름의 발버둥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년들이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고 받아들여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경쟁 및 승패와는 다른 삶의 방식,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보여주며 함께 경험해야 한다. 교회는 이러한 사명을 받고 이 땅 위에 세워진 공동체이다.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교회가 존재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를 받으셨고 우리의 청소년들을 받으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우리 교회도 청소년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언제든 쉬어갈 수 있고 환대받을 수 있고 흔들림 가운데 찾아올 수 있는 삶의 버팀목 같은 곳이 우리네 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용준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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