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빈자리 주님이 항상 함께하셔… 교회 같은 회사 만들 것”

신은정 2023. 6. 1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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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쎄오 열전] <15> “안전한 화장품” 표방한 바르나바스 강맹성 대표
강맹성 ㈜바르나바스 대표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부천 사무실에서 자사 브랜드 ‘어시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어린 시절 이혼한 부모 집을 전전하며 편의점 도시락으로 배를 채웠다. 그런데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누구보다 바르게 살았다. 학벌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고졸 학력으로 화장품을 만드는 ㈜바르나바스를 설립해 운영하는 강맹성(34) 대표 이야기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부천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무너질 수 없다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늘 부어주셨다”고 했다.

‘전 재산 봉헌한 사도’ 같은 회사

강 대표는 2020년 4월 바르나바스를 세웠고 화장품 브랜드 어시크를 그해 9월 출시했다. 2022년 연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향수 등 제품군을 늘린 올해는 30억원을 전망한다. 회사명에 나오는 바르나바(Barnabas)는 초대교회 시대 사도 이름(바나바)이다. 교회를 짓기 위해 전 재산을 봉헌한 사람. 강 대표도 같은 사명을 품고 회사를 시작했다.

무신사와 LF몰 등 국내 유명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어시크는 메이크업 제품인 쿠션 팩트를 주력으로 한다. 어시크는 자연 유래 원료 등 원재료에 신경을 쓴다고 강조한다. 강 대표는 “가족에게도 추천할 만큼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원재료 비용을 다른 곳보다 2배 정도 더 쓴다”고 자부했다. 그 덕분일까. 중저가인 어시크는 다른 화장품 브랜드보다 재구매율이 4배가 넘는다고 한다.

바르나바스는 화장품 업계 지인과 협력해 보육원에 사는 여학생에게 뷰티 제품을 기부하려고 한다. 강 대표는 회사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 부천의 한 보육원에 이달 중 화장품과 간식 등을 나눌 예정이다. 창업 4년 차인데다 흑자 전환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부 결심은 쉬운 일은 아닐 터다. 강 대표는 “가난하다고 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적은 게 아니다”며 멋쩍게 웃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 딛고 ‘자수성가’
강맹성 대표가 과거 출석하던 교회에서 유아부 교사로 봉사하던 모습. 강맹성 대표 제공

강 대표는 복잡한 가정사로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계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했고 친부 집에서 지내던 중학생 시절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받으려고 편의점에서 구걸도 했다. 새 가정을 꾸린 친부는 ‘고등학교 학비는 못 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200만원으로 도피하듯 경북 포항을 떠난 이유다. 이후 신문 광고에 나온 부천의 기숙사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야간학교에서 공부하며 낮에는 일했다. 성실함은 강 대표의 무기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며 공장이나 식당에서 생활비를 벌었다. 19살에 우연히 들어간 온라인 반찬 배달 회사에서도 우직하게 일했다. 제품 포장을 하던 그에게 온라인 마케팅 업무가 맡겨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밤새워 연구하며 성과를 냈다. 그는 2000년대 후반 블로그와 카페 등 SNS에서 입소문 마케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고액 연봉 승승장구… 사명에 눈뜨다

그는 크리스천 사업가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도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꼽았다. 현재 회사 창업 자금의 절반을 대준 은인은 첫 회사에서 만난 부사장이었다. 강 대표는 “제 사명과 비전에 공감을 해주셨다”며 “투자자를 넘어 동역자나 다름없다”고 했다. 현재 출석하는 교회로부터 선교에 대한 마음가짐도 배웠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웠을 때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청년정책 관련 자금을 받을 수 있던 것도 기도 덕분이라고 강 대표는 말했다.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서 성과를 내자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는 화장품 업계로 분야를 옮겼고 각기 다른 회사에서 1~3년 정도를 다니며 몸값을 높였다. 연 매출 100억~300억원 기업에서 온라인 유통과 홍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억대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직장인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문득 들었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 사명에 대한 갈망이 솟구쳤던 시점이기도 했다. 기도 중 ‘광야에 함께 가자’라는 하나님의 분명한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원망하지 않겠다는 서원도 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교회 카페에 반년간 출석 도장을 찍으며 사업을 구상했다.

북한 문 열릴 때까지 준비
안전한 제품을 강점으로 내세운 ‘어시크’의 공식 홈페이지 화면.

그렇게 설립한 게 화장품 회사다. 매출은 상당하지만 초기 자본 등 지출이 크다 보니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했다. 강 대표는 검지 크기의 나무 십자가 목걸이를 항상 차고 있다. 그의 모바일 메신저 자기소개 사진은 고 옥한흠 목사다. 강 대표는 “한 영혼에 대한 사명을 강조한 옥 목사님처럼 사업이 어려워도 고객 한 명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자신의 최종 목표가 북한 사역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2018년 지인과 우연히 간 중국 여행에서 북한 경계 지역에서 본 것이 큰 계기가 됐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기회조차 없는 북녘 동포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은 이 시대 크리스천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제가 한반도 통일 시대를 열 순 없지만 그때를 위해 준비할 순 있다”고 했다.

바르나바스는 강 대표를 포함해 4인으로 운영된다. 기독교인은 강 대표뿐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바르나바스가 크리스천 기업이며 교회 같이 운영하겠다고 선포했다. ‘교회 같은 회사’는 무엇일까. “실수해도 과정이 정당하면 화내지 않는 것입니다.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함께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부천=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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