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신학자들 책 덮고 ‘생태 정의’ 외치다

손동준 2023. 6. 1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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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신학자들이 강의실을 벗어나 '생태 정의'를 외치며 신학을 실천했다.

26개 나라에서 온 90여명의 실천신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류세'를 주제로 논문 발표가 연이어 진행됐다.

그는 "실천신학이라는 학문은 교회가 믿는 바를 실천할 영역을 고민하는 학문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의 현장 방문을 통해 신학자들이 홍천이라는 지역의 작은 문제가 아닌 하나님의 창조질서 안에서 생태계 파괴와 기후불평등 지역소멸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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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원도 홍천 가락재로의 양수발전소 건설 예정지에 모인 국제실천신학회 회원들이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국적 신학자들이 강의실을 벗어나 ‘생태 정의’를 외치며 신학을 실천했다.

국제실천신학회 정기신학회가 지난 7일부터 한국 연세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26개 나라에서 온 90여명의 실천신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류세’를 주제로 논문 발표가 연이어 진행됐다. 인류세는 지질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환경파괴로 인한 대멸망을 경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 셋째 날인 9일 신학자들이 3팀으로 흩어져 현장 탐방을 했다. 강원도 홍천군 가락재로의 양수발전소 건설 예정지에는 학회 참가자와 봉사자들로 이뤄진 25명의 탐방단이 방문했다. 신학자들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홍천 양수발전소 백지화하라’ ‘주민생존권 말살하는 양수댐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혔다.

양수발전소는 하부댐의 물을 화석연료를 사용해 펌프를 돌려 상부로 퍼 올린 뒤 자연낙차로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다. 상부와 하부에 댐을 만드는 대형 토목 공사는 주로 산 정상부에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를 피하기 어렵고 수몰 지역이 발생하면서 원주민들의 토지 강제 수용의 문제도 따른다.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인 박성율(강원생명평회기도회 담당) 목사가 현장을 찾은 신학자들에게 양수발전소 건립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했다.

박 목사는 “양수발전소 자체는 경제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가령 10원어치 화석연료를 써서 물을 끌어 올린다고 했을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전기는 고작 7원어치다. 3원이 적자인 셈”이라며 “양수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의 출력 변동 즉 전기 사용량이 줄어드는 야간 시간대에 처치 곤란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보조시설”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 예정지를 찾은 국제실천신학회 회원들이 박성율 목사로부터 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갈등과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박 목사는 “발전소 건립이 예정된 지역은 법정 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 2급인 담비와 수달 천연기념물인 참매 등이 서식하는 지역”이라며 “서울로 가는 전기를 위한 송전탑 건설도 예정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건 지역의 주민들과 동물들”이라고 했다. 그는 “실천신학이라는 학문은 교회가 믿는 바를 실천할 영역을 고민하는 학문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의 현장 방문을 통해 신학자들이 홍천이라는 지역의 작은 문제가 아닌 하나님의 창조질서 안에서 생태계 파괴와 기후불평등 지역소멸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556차 강원생명평화기도회 포스터. 양수발전소 건설 예정지에 서식하는 담비의 모습을 담았다. 강원생명평화기도회 제공


신학자들은 마을회관을 찾아 지역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주민들과 연대하겠다는 뜻의 선언문도 작성했다. 홍천군청으로 이동한 뒤 556차 강원생명평화기도회에 참여해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홍천의 경우처럼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더 부유한 계층의 복지 소비 개발을 위해 희생되는 패턴은 환경 문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라며 “성경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자비를 중시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강조되고 있다. 하나님은 신자유주의 세계의 복잡한 구조 속에서 의도적으로 무시당하고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밀려난 홍천 주민들과 연대하라고 우리를 부르신다”고 밝혔다.

현장 탐방에 참여한 케냐의 키플레팅 세우레이(한신대 박사과정)씨는 “환경의 문제는 우리의 삶에 직결된다는 생각에 홍천 탐방을 선택했다”며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땅, 동물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임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독일에서 온 마르코 제스케(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교)박사는 “하나님은 환경의 문제와 불평등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며 “기독교인이라면 기후 정의의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제실천신학회 현장 탐방은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 예정지 외에도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DMZ)와 양화진 등 서울 시내 기독교 유적지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홍천=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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