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알고케어 기술 도용 논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6. 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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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헬스케어, 알약 디스펜서 사업 철회
‘사업 철회=기술 도용’ 아냐...“지속 소명할 것”
인지도 높인 알고케어, 홀로 시장 개척 가능할까
롯데헬스케어가 선보인 ‘필키(좌)’와 알고케어의 헬스케어 솔루션 제품 디스펜서(우). (알고케어 제공)
롯데헬스케어가 결국 ‘알약 디스펜서’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알고케어 제품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 만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고, 업계에 동반 성장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술 도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영업비밀 탈취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기술 도용 공방은 지난 1월 시작됐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전시회 ‘CES 2023’에서 롯데헬스케어가 내놓은 제품이 자사 제품 구조와 원리, 디자인 등 다양한 부문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2021년 협업을 위해 만난 회의 자리에서 자사 영양제 디스펜서에 대한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도용했다고 지적했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반발했다. 개별 카트리지를 장착한 영양제 디스펜서는 보편적 아이디어라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뉴트리코’, 미국 ‘히어로’, 미국 ‘리비’ 등 해외에서도 유사한 제품 아이디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롯데헬스케어 주장이다. 실제 이스라엘 뉴트리코는 2020년 CES에도 참가했다. 뉴트리코를 다룬 외신 기사도 여럿이다. 알고케어가 CES에 영양제 디스펜서를 선보인 시점보다 한 해 앞선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뉴트리코의 영양제 디스펜서. (뉴트리코 유튜브 캡처)
또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모델 역시 알고케어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롯데헬스케어는 범용성에 초점을 맞췄고, 알고케어는 자사 생태계 조성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롯데헬스케어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는 개별 포장된 필팟(Fillpot)에 다양한 제형의 알약을 넣을 수 있다. 롯데 제품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반면 알고케어는 자사 제품만 사용할 수 있는 밀폐형 카트리지 구조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사업 철학 상 이 같은 방식은 처음부터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롯데헬스케어 필키의 카트리지는 다회용·분리형으로 제작돼 일회용·일체형인 알고케어보다는 뉴트리코나 미국 리비 등의 제품과 오히려 더 비슷하다는 게 롯데헬스케어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들로 롯데헬스케어 측은 “사업은 철회했지만 기술 도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영양제 섭취 편의성을 높여 사용자 건강관리 경험을 증진시키고자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영양제 디스펜서 출시를 중단한 것과 별개로 당사가 보유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영업 비밀을 탈취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지속 소명하고, 정부 기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알고케어 측은 여전히 롯데헬스케어의 기술 도용을 주장하고 있다. 앞선 롯데헬스케어 측의 반박들도 모두 거짓말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기술을 도용한 뒤 문제가 되자 해외 사례를 모방했다고 거짓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알고케어 역시 기술 도용 관련 논쟁은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알고케어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청한 기술 분쟁 조정 건은 취하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분쟁 조사는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기술 도용 논란을 ‘승자 없는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롯데헬스케어는 브랜드 이미지 악화에 직면했다. 언론 보도 등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하며 기술 도용 사실 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악인’이 됐다.

그렇다고 알고케어를 승자로 보기도 힘들다.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국내 ‘영양제 디스펜서’ 시장을 홀로 개척하며 기업가치를 증명해내야 한다. 벤처투자(VC)업계 관계자는 “알고케어가 말하는 것처럼, 국내에서 생소한 시장인데 이를 스타트업 홀로 개척해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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