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현희, '추미애 유권해석' 결론 도출 관여… 재량 인정"(종합)
감사원이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유권해석을 내린 후 국회와 언론에 대응한 것과 관련해 "재량을 일탈·남용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9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해당 사안에 대해 "별도로 처분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당시 전 위원장이 유권해석 결정을 내린 후 권익위 보도자료와 전 위원장 국회 해명 등에서 '유권해석은 전적으로 실무진이 판단한 것'이라고 한 실태 자체는 인정돼 보고서에 그대로 기재하지만,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전 위원장이 당시 유권해석 담당 국장에게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서 답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등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볼 때 유권해석 과정에 개입한 사실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이 유권해석 내용과 관련해 전 위원장을 검찰에 수사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 수사요청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감사원은 "수사요청 내용은 원래 감사보고서에 적지 않는다. 의결과정에서 담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담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전 위원장 복무와 관련한 13건을 제보를 받고 실지 감사를 시작해 최근까지 약 10개월간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는 제보 내용 13건에 대한 감사원 판단이 담겼다. 감사원은 이들 중 6건은 확인된 제보내용을 보고서에 기재했다.
상습지각 등 근무시간 미준수 제보에 대해선 별도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전 위원장이 취임 직후인 2020년 7월~2021년 7월 근무지가 세종청사로 분류된 89일 가운데 9시 이후 출근한 날은 83일로 감사원 감사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적절한 처신은 아니다"며 "그러나 기관장의 경우에는 근무지와 출장지의 구분 및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전 위원장 근무시간 점검 결과는 실태를 보고서에 그대로 기재하되, 별도로 처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2021년 직원 대상 갑질로 징계를 받게 된 권익위 국장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해 정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에 대해선 "갑질 피해자 중 일부가 탄원서를 자발적으로 제출했더라도 전 위원장이 해당 국장에 대한 징계처분권자이자 피해자에 대한 인사권자"라며 "갑질행위 근절을 위한 주무 부처의 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에게 "권익위원장은 이 같은 행위로 갑질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요구했다.
감사 결과 참석 인원을 부풀린 허위 오찬 계획서 작성 및 제출해 조사 업무를 방해한 행위와 위·변조 영수증을 이용해 출장 여비 728만1657원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 전 위원장의 수행비서에 대해서는 "그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행위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해임에 해당하는 징계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원은 다만 ▲법률사무소 차명 운영 의혹 ▲관사 수도요금 부당 집행 ▲예산으로 구입한 한복 사적 이용 ▲유명인사 청탁금지법 신고사건 처리 부당 지연 등 나머지 7건은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례적으로 "권익위 등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감사는 기관 내·외부 제보 등에 따른 것으로 특정인을 사퇴할 목적으로 착수하지 않았다"며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감사와 목적·계기뿐 아니라 조사 방법과 착수 근거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앞서 전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로 인해 이정희 전 권익위 부위원장이 사퇴한 것"이라며 환경부 장관이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았다는 내용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이번 감사가 비슷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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