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승기 '강심장 리그', 시청률 하락 이유 있네
[김종성 기자]
'유튜브 예능'의 시대가 도래했다.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김종국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짐종국'에서 헬스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고, 국민MC 유재석은 '핑계고'에서 지인들과 지상파 예능에서 못다한 수다를 마음껏 떨고 있다. 그들보다 일찍 유튜브에 뛰어들었던 박명수는 '활명수'로, 이용진은 '튀르키예즈온더블럭'으로 수십에서 수백 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예능인뿐만 아니라 본업이 예능이 아닌 연예인들도 유튜브 예능에 합류해 저마다의 콘텐츠로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어반자카파 조현아의 '조현아의 목요일밤'과 래퍼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차쥐뿔)'일 것이다. 먼저, '조현아의 목요일밤'의 경우 조현아와 절친인 수지가 출연했는데, 그 편의 조회수는 365만을 기록했다.
'차쥐뿔'은 이영지가 본인의 집으로 유명 스타들을 초대해 함께 술을 마시며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콘셉트이지만, 조회수와 화제성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특히 방탄소년단(BTS) 진이 출연한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1948만에 달하고, 블랙핑크의 지수가 출연한 영상도 1728만에 이른다. 총 29개의 영상 중 1000만 뷰가 넘는 영상만 12개나 된다. 이쯤되면 '넘사벽'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예능들의 공통점은 출연자들이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방송이라기보다 사적 모임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차쥐뿔'과 '조현아의 목요일밤'은 '술을 먹는 토크쇼'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유튜브 예능은 스타의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궁금한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 SBS '강심장리그' |
ⓒ SBS |
"어디서 많이 봤나 했더니 옛날 '연애편지' 스타일이에요. 1980년대 대학 축제 같아요."(이승기)
이런 흐름 속에서 SBS는 5월 23일 <강심장 리그>를 선보였다. 제목부터 낯익은 '강심장 리그'는 당시 최고 시청률 19.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던 '강심장'의 10년 만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강심장'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초대 MC 강호동과 이승기가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그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뚜껑을 연 '강심장 리그'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토커가 '강심장(우승자)'으로 선정됐던 '강심장'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랐다. 다만, 코로나19 시대의 반영인듯, 현장 방청객 대신 온라인 방청객의 투표로 '강심장'을 선정했다. 리액션을 담당하는 고정 패널이 있다는 점도 동일했는데, 게스트들을 강호동 팀과 이승기 팀으로 나눠 진행하는 건 달라진 점이었다. 사실상 똑같은 포맷이었다.
시청자 반응은 부정 일색이었다. 강호동과 이승기의 호흡은 여전했지만, 올드한 진행도 그대로였다. 패널들은 요란하고 산만했다. 토커들은 선정적인 제목으로 이목을 끄는 데 몰두했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의 영상으로 높은 조회수를 올리는 행위를 일컫는 '사이버 렉카' 수준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변화한 예능 트렌드와 한참 동떨어져 있었는데, 한마디로 구시대적이었다.
10년 전 '강심장'이 폐지됐던 이유를 잊은 걸까. 시청률은 처참하다. 첫 회 시청률은 2.9%를 기록했는데, 이는 동시간대 방영됐던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3.6%보다 낮은 수치였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낮았다는 뜻이다. 2회는 2.4%, 3회는 2.2%로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하락하고 있다.
▲ SBS <강심장 리그> 한 장면. |
ⓒ SBS |
또, 덩치(제작진)가 작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빠른 적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기획부터 결재, 제작까지 복잡하고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지상파와 차원이 다르다. 특히 섭외에 있어서 유튜브의 강점이 도드라진다. 유튜브의 경우 게스트 섭외가 '지인 찬스'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식적인 루트를 거쳐야 하는 기존 방송 시스템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보면, 유튜브가 지상파 예능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상파가 유튜브와 경쟁하기 버거워 보인다.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의 지상파 이탈은 이미 현실화되어 있고, 그런 만큼 지상파 예능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각 방송사마다 '가족 예능', '관찰 예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건 이러한 사정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렇듯 지상파가 처한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예능 트렌드의 변화에 대한 고민 없이 '강심장 리그'처럼 구시대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작위적인 토크, 과한 리액션, 억지 텐션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며 피로를 느끼길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강심장 리그'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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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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