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파운드리는 호텔…우리 룸·서비스 보면 고객 올 것"

조인영 2023. 6. 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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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어 연대行…'반도체 미래' 강의에 600여명 운집
"파운드리 드라이브 위해 IP 확충 및 3나노 및 2나노 개발 속도 높여"
챗GPT에는 긍정적 "내년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쓰게 할 것"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9일 오후 연세대학교 제3공학관에서 진행한 '삼성전자 대표이사 세미나-연세대 여러분께 전하는 반도체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 확보를 위해 호텔의 '맞춤형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각각의 고객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고객들을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계현 사장은 9일 오후 연세대학교 제3공학관에서 진행한 '삼성전자 대표이사 세미나-연세대 여러분께 전하는 반도체의 미래'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의 파운드리 고객 유치 전략 질의에 이 같이 언급했다. 이날 강연 현장에는 600여명의 학생들이 자리했다.


경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은 호텔 산업으로 비유하고 있다. 좋은 호텔은 방도 깨끗할 뿐 더러 고객들이 와서 편하게 지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이 원하는 게 다 다른 만큼 여러가지를 구비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이같은 호텔 전략을 감안하면 방도 적고, 서비스도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IP(시스템 설계자산), 디자인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정책들이 필요한 데 그런 것들을 많이 하려고 한다"면서 "돈이 많이 들었지만 IP 확충을 많이했고, 3나노와 2나노 개발 속도도 높여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디자인 서비스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고객들이 느끼는 장점을 키워나가고, 패키지로 메모리를 묶어주는 비즈니스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공학자로서 갖춰야 하는 소양을 묻는 질의도 나왔다. 경 사장은 "바뀔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성장 마인드셋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고정돼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를 확보한 삼성전자 DS부문을 이끄는 경 사장의 부담은 없을까. 실패 극복 방안을 묻는 질의에 그는 "실패를 해도 되는 과제가 있고, 안되는 과제가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과제는 5년 뒤를 대상으로 한다. 어떤 게 사용될지 모르기에 실패해도 된다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중간에 실패하면 플랜B는 필요하다. 그룹 과제도 한 친구가 하면 다른 친구는 다른 과제를 준비할 수 있다. 실패가 실패처럼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 사장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특별한 꿈은 없었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할 것이라는 포부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 뭔가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업무 스타일도 당장 올해, 내년에 집중하기 보다는 4~5년 뒤를 바라보는 중간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올해나 내년 무엇을 할 지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리셋이 많이 된다. 그래서 5년 뒤 무얼할까, 4년 뒤 무얼할까 중간 목표를 설정한 뒤 지금해야 할 일을 규정했다. 그렇게 하면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할 때는 열심히할 뿐 아니라 다양한 많은 방법들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경 사장은 "데이터로 일하려면 데이터를 모으거나 시스템을 준비하거나 하는 준비들을 미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9일 오후 연세대학교 제3공학관에서 진행한 '삼성전자 대표이사 세미나-연세대 여러분께 전하는 반도체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이날 연세대에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강연에서 경 사장은 DS부문장이 된 비결, 삼성 반도체 기업 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먼저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이 된 비결에 대해 '만 시간의 법칙' '인사이트' '스토리텔러' '독서' '시도와 실패' '행운' 등을 들었다.


경 사장은 "DDR과 관련해 800Mb 논문을 낸 적이 있다. 4년 동안 꾸준히 개발에 매달리니 됐다. 당시 규격이 100Mb였을 때였는데 혼자 800Mb 한 경험으로 TL이 됐다"고 설명했다.


보고 형식도 단순 사실 나열 보다는 이야기 형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경 사장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보고 1분 짜리로 만들었다. 1분이 지나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면 성공이었다"면서 "영업할 때도 스토리텔링을 했다"고 말했다.


인상 깊은 책으로는 하루키 소설 등을 들었다. 그는 "사람들을 보는 관점도 얻고, 문제해결력도 생기더라. 젊을 때는 경영서 보다는 소설을 추천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행복해지는 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경 사장은 '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하며 무슨 일을 하든 주인공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 사장은 "감독이 깨기만 하면 위축된다. 공을 던지는 순간에도 오류가 날까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잘한 것 위주로 칭찬하면 송구 속도는 빨라진다"고 밝혔다.


행복을 추구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AI반도체 만드는 엔지니어'처럼 개개인이 일과 관련된 구체적인 꿈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 사장은 "일하는 것이 즐거워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챗GPT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업무 프로세스상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 사장은 "난 써야 한다고 본다. 당장은 못하지만 내년부터는 어떤 방식으로든 쓸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종합반도체회사(IDM)다. 이같은 강점이 글로벌 장악력을 확대할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경 사장은 "GPU 동작률은 20% 밖에 되지 않는다. 메모리를 통해 GPU 개선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가지고 있기에 고객들의 관심이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시장 수요가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PC용 제품 개발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끝으로 경 사장은 "반도체가 있어야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복하게 일하고 인정 받으며 일해야 한다"면서 "힘든 순간이 오면 인내하며 계속하는 힘이 중요하다. 그렇게 회사 구성원의 꿈과 행복이 같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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