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김정은과 회담 조기 실현" 의지...'미스터X' 움직일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말 일본과의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후 나온 총리의 첫 반응으로, 코로나19로 봉쇄된 북한의 국경 개방과 함께 물밑 접촉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참석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총리 직할의 하이레벨(고위급) 협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시간적 제약이 있는 인권 문제로 모든 피해자가 하루빨리 귀국을 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납치·핵·미사일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전제로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7일에도 일본인 납북자의 귀국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김 위원장과의 북·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임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 이어 기시다 총리도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고위급 협의'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자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일본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지난 2016년 북한의 납치 문제 재조사 중지 선언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일본 언론들은 이를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협상 재개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또 지난달 31일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 국제해사기구(IMO) 통보에 앞서 일본 측에 발사 사실을 알린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비난만 하던 북한, 왜?
그동안 일본의 계속된 회담 제안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변한 것은 새로운 외교 루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북한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협상이 좌절된 후 미국과 대화가 단절됐고 한국 윤석열 정권과의 대화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 일본에 접근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해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해 한·일, 한·미·일의 안전보장 연계가 강해지는 가운데 북한이 분단 공작을 준비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만약 양측이 접근한다면 조만간 극비리에 제3국을 통한 접촉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가 2002년 9월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엔 외무성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중국 등 제3국에서 '미스터X'라고 불리던 북한의 옛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간부와 수면 아래 접촉을 거듭했다.
그러나 '미스터X'는 2011년 무렵 숙청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뒤를 이어 2014년 스톡홀름 합의를 이끌었던 '미스터Y'도 현재는 일본과의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수면 아래 협상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양측 간 '파이프(막후 채널)'가 없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납치 문제의 타결점을 찾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1970~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으며 이들 중 고이즈미 총리 방북 후 일시적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여전히 북한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일본이 언급한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아예 북한에 온 기록이 없다며 "납치 문제는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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