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홍범도가 자신 다룬 연극을 보고 했던 뜻밖의 말[BOOK]
범도 1·2
방현석 지음
문학동네
한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대하소설의 향취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장편소설이다. 두툼한 1·2권을 합치면, 얇아지는 요즘 장편소설 너덧 권 분량(1300쪽)인 데다, 파란만장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인물 홍범도(1868~1943)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그려내서다.
홍범도는 한국인이라면 모르기 어려운 이름이다. 김좌진과 함께,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한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잘 모른다. 그는 독립군이기 전에 호랑이를 잡는 포수였다. 한때 승려였고, 비구니와 함께 환속해 가정을 꾸렸다. 소설에 따르면, 조선 총독을 지낸 일본의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됐을 정도로 거물이었지만, 말년은 지극히 초라했다. 스탈린의 고려인 이주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돼 극장 수위를 전전하다 생을 마감했다. 2021년 그의 유해 봉환을 전후해 그를 재조명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된 건 그래서일 것이다. 풍운아 같은 그의 이력 자체가 글쓰기를 부르는 것이다.
중견작가 방현석은 책에서 멀어진 중장년 남성들을 한껏 겨냥한 모양새다. 사랑이 있고,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싸움과 전투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사나이들의 결탁과 배반, 대의명분과 민심의 괴리를 다룬다. 갑오개혁, 군대해산 등 시대 배경도 빼놓지 않지만 대체로 홍범도 개인의 행적에 치중해 밋밋해질 수 있는 구도인데도, 읽다 보면 뜨거워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1921년 자유시 참변 같은, 홍범도의 행적과 관련해 일부에서 문제 제기한 대목을 다루지 않은 것은 결국 서사의 효율성을 위한 선택일 것이다. 관련 자료가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청산리 전투 이후 20여 년이 소설에서는 공백인 것이다. 미지근한 생의 후반을 생략한, 뜨거웠던 홍범도, 빛나는 홍범도 이야기다.
에필로그에, 각색 없는 홍범도의 민낯이 나온다. 극작가 태장춘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무대에 올리자 홍범도가 했다는 말이다.
"너무 추네, 너무 추어올려…."
과장해 칭찬했다는 뜻이다. 홍범도라는 사람을 실제로 만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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