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싱 대사 '베팅' 발언날, 바이든 "美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한다는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건 잘못”이라고 발언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현지 매체 기고에서 “미국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서 ‘결코 미국 경제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Never Bet Against the American Economy)’ 제하의 바이든 대통령 기고문을 공개했다. 요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취임한 이후 미국의 경제 회복은 세계 어떤 주요 경제국보다 강력했다”면서 “우리 경제는 80만 제조업을 포함해 13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실업률은 16개월 동안 4% 미만으로 유지됐다”고 강조했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50%의 실질 소득이 3.4% 증가했으며 연간 물가 상승률이 10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도입 등으로 21세기 경제 경쟁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장기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지난 2년간 우리가 이룬 진전은 미국이나 미국인에 반해 베팅하는 것이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라는 내 굳건한 신념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고 밝혔다.
이 기고문은 WSJ의 9일 자 지면에도 실렸다.
공교롭게도 8일 한국에서 주한 중국 대사관의 싱 대사가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를 만나 ‘베팅 발언’을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싱 대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를 방문한 이 대표에게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한·미 간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싱 대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기고문을 겨냥해 해당 발언을 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미국에 반대되는 베팅을 하지 말라”는 표현은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에도 종종 써 왔기에, 이를 차용해 미국을 비판하려던 취지였을 수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초 국정 연설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베팅을 하는 건 결코, 결코 좋은 베팅이 될 수 없다(It’s never, 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 결코”라고 강조했다. 이때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거론하며 “시진핑을 대신할 세계 지도자로 나를 호명해달라”고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때인 2013년 12월 방한했을 때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부통령 신분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건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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