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소당한 트럼프…‘성추문 입막음’ 이어 ‘기밀문서 유출’ 혐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8일(현지시간) 미 법무부에 기소됐다. 지난 3월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 사건으로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된 데 이어, 이번엔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얻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업무방해, 기밀문서의 고의적 유출, 허위진술 등 7개의 연방법 위반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에 “부패한 바이든 행정부가 내 변호인들에게 내가 기소됐다고 알렸다”며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美대통령
NYT는 “전직 미국 대통령이 형사 사건으로 연방법원에서 재판받게 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을 막기 위해 포르노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지불한 돈을 ‘법률 자문료’로 허위 기재한 혐의로 지난 3월 30일 기소된 바 있다. 당시 기소는 뉴욕 맨해튼 지검이 주도한 것으로, 연방법 위반 혐의는 아니었다.
미 법무부는 혐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퇴임한 후 기밀 문건을 반출해 자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보관해 온 의혹에 관해 법무부가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무부가 임명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문건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AP통신은 “기밀 기록의 취급 및 업무 방해에 관한 법률은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수년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은 지난 2021년 1월 6일 벌어진 ‘연방 의회 난입 사태’를 조사하던 미 연방 하원 특별위원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기록물 일부가 훼손되고 일부는 외부로 반출된 사실을 확인하며 수사로 이어졌다. 미국 대통령기록물법에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모든 공적인 자료는 정부 자산으로 남아 국가기록원에 제출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FBI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기밀문서의 분량만 상자 33개에 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다수의 편지 원본을 포함해 300여건의 문건이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결백한 사람”이라며 “2024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현재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다른 모든 후보를 앞서고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완전히 부패했다”며 “이것은 선거 개입이자 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사법리스크 확대될 듯…대선 영향은 미지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이어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긴 의혹, 2020년 대선과정에서 조지아주 선거에 개입한 의혹 등도 검찰이 수사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소가 내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기소된 후 오히려 강력한 지지층 결집 효과를 통해 공화당 내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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