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57)] ‘아침 먹고 가’ 이혜지 PD가 포착하는 스타의 ‘이면’

장수정 2023. 6. 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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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세팅된 스타들…멋진 모습 이전엔 어떤 모습 있을까 궁금했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와썹맨’, ‘시즌비시즌’ 등 인기 웹예능들의 작업에 참여했던 이혜지 PD는 유튜브 채널 ‘재밌는 거 올라온다’의 ‘아침 먹고 가’ 통해 첫 메인 연출을 맡았다. 특별한 날을 맞이한 게스트의 집을 찾아가 깨워주고, 아침밥을 먹여주며 대화하는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다. 장성규가 MC를 맡아 이제 막 눈을 뜬 게스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캡처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장성규와 제작진을 보며 놀라는 게스트들의 모습은 물론, 이렇듯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아침 먹고 가’의 매력이다. 물론 ‘깨워줘서 고마워’ 등 스타들의 아침 모습을 담는 예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화에 초점을 맞춰 색다른 재미를 끌어내고 있다.


“연예인에게도 민낯이 존재하지 않나. 많이들 궁금해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들도 우리와 사는 게 다르지 않네’라는 생각을 하게 하면, 더 진심 어린 대화가 가능할 것 같았다.”


‘특별한 날’ 찾아가 아침밥을 준비해 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첫 회에서는 입대 전날 마지막 스케줄을 앞둔 송민호를 찾아가 장성규가 직접 매운 갈비찜을 준비해 줬으며, 이후 덱스의 패션위크 참석을 응원하기도 했다.


“우리는 스타들이 예쁘게 이제 세팅돼서 나온 모습을 보지 않나. 그런데 사실 그들에게는 행복한 날일 수도 있고, 떨리는 날일 수도, 또 슬픈 날일 수도 있다. 그런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심경은 어떨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직전의 모습들도 궁금했었다.”


이렇듯 스타들의 민낯을 끌어내기 위해 ‘리얼’을 유지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출연자에게 방문 날짜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기본이다. 좀 더 유연하게 접근을 하면, 좀 더 수월한 섭외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스타들의 미처 몰랐던 모습을 전하기 위해 타협 없이 콘텐츠에 임하고 있다.


“아이돌도 좋고, 유명 연예인도 좋지만 최소한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 콘텐츠의 포인트다. ‘실제로는 이렇구나’라는 걸 느껴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덱스 씨도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의외의 면모들을 느끼게 했었다.”


콘셉트 자체는 익숙하지만, 색다른 의도를 덧입힌 것이 ‘아침 먹고 가’의 매력이 되는 셈이다. 이는 1세대 웹예능 ‘워크맨’부터 시작해 여러 웹예능 작업에 참여 중인 이 PD의 연출관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이었다.


“콘텐츠가 너무 많은 시대지 않나. 창작자로서 새로운 걸 찾고자 하지만, 그렇다고 답습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능은 웃겨야 하는 것인데,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켜 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럼에도 기획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욕심이 나 특색 있는 것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엄청 새로운 걸 추구하기보단 그래도 약간은 새로운 구석이 있는 것들을 찾고자 한다.”


유튜브 시장이 커지고, 서로 다른 매력의 예능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PD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 플랫폼 성향까지 고려하는 등 고민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끝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퀄리티에 대한 압박이 늘 있었다. 웹예능은 러닝타임이 짧은 만큼, 많이 추려야 하는데 그러면 정말로 15분 안에 들어갈 가치가 있는 것들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1분 1초도 놓쳐서는 안 될 컷들로만 구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엑기스들만 모아 놓은. 그런데 침착맨이 나영석 PD와 함께한 라이브 방송에서 ‘유튜브는 흘려듣는 장면이 많아야 한다’고 분석 하시더라. 또 생각이 많아졌다. 플랫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 동반이 돼야 한다. 무작정 콘텐츠 완성도만을 생각할 수 없는 환경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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