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중개자들 [신간]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6. 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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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경제 쥐락펴락…‘원자재 중개 업체’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알키/ 2만5000원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비톨, 카길.

‘세계 4대 원자재 중개 업체’로 묶이는 거대 기업 이름이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세계 경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는 국산이지만 재료는 모두 수입이다. 현대자동차가 만드는 모든 자동차 역시 수입 철광석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원활한 원자재 수급 없이는 삼성·현대도 없다. 그렇게나 글로벌 원자재 중개 시장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게 바로 앞서 언급한 4사다. 이들 한해 거래액은 7000억달러를 넘어선다. 일본 총 수출액과 맞먹는 액수다.

당연히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했지만 외부에는 알려진 것이 많이 없다. 비상장 체제와 조세 피난처를 통한 거래, 독재 국가와 비밀 거래 등 철저히 자기 모습을 숨기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독차지해왔기 때문이다.

책은 돈과 권력을 위해 불법과 합법 사이를 줄타기하며 전 세계를 누비는 원자재 중개자들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뤘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에서 20년 넘게 원자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저자는 수많은 취재와 인터뷰, 비밀문서 분석 등을 기반으로 원자재 시장과 중개자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현재 세계 3대 원자재 중개 업체가 탄생하기까지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600쪽이 넘는 방대한 책으로 엮어냈다. 원자재 중개 업체 재무 상태를 비롯해 자회사 보유 상황과 지배구조, 거래 방식 등을 해부했다. 2011년 리비아 ‘아랍의 봄’ 뒤에서 석유를 공급하며 반군을 움직인 비톨, IMF 대신 1980년대 자메이카에 자금을 지원해 정권을 바꾼 글렌코어, 푸틴 장기 집권의 숨은 공로자로 평가받는 군보르에너지 등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누구와 어떻게 거래했는지, 그 거래가 미친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책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촉발된 공급망 위기와 물가 상승, 패권 전쟁 등의 진짜 원흉으로 꼽히는 ‘얼굴 없는 중개자들’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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