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에 선 의사… "아픈 환자 마음 헤아리는 데 도움"

이금숙 기자 2023. 6. 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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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병원장
경기 분당구에 있는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병원장의 연극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해 병원 별관 지하에 바른아트센터를 열었다. 센터에는 180석 규모의 바른아트홀과 갤러리, 체육관이 있다. 올초에는 연극 ‘택시드리벌’을 올리고 주연 배우로 활약했다. 서 병원장은 이미 스포츠의학 명의로 잘 알려져 있다. 재활의학과·정형외과 두 개과 전문의 자격증(8년 간 레지던트 생활을 한)을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의사다. 축구 열정도 대단하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으로, 축구 국가대표 팀닥터들을 이끌고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도 다녀왔다. 그의 새로운 ‘도전’ 연극과 바른아트센터 개관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
바른세상병원 산하 바른아트홀. 180석 규모에 최신식 공연장비를 갖췄다./신지호 기자
-왜 연극인가?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회에서 연극을 했다. 배역을 맡아서 연기를 해보니 재미있었다. 의과 대학에 입학해서는 고대 의대 연극반 활동을 열심히 했다. 연기도 잘 해서 주연 아니면 주연급 배역을 맡았다. 그 때의 기억이 좋아서 연극반 OB(졸업생) 멤버들끼리 자주 만났다. 어쩌면 연극 사랑보다 대학시절 연극반 멤버들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 졸업한 지 30년이 다 됐지만 그 때의 추억을 다시 불러오고 싶어서 2018년 OB멤버들이 뭉쳐 연극 ‘한씨 연대기’를 올렸다. 고대 의대 연극반은  2007학번을 마지막으로 지원 학생이 없는데, ‘연극반 소멸’을 아쉬워만 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연극을 하자고 의지를 모았다. 외부 연출가를 초빙해 직접 대학로 극장에서 연극을 올리기로 했다. 당시 외부 연출가는 극단 연우무대 단원이기도 한 배우 김미경 선생님이었는데, 호랑이 선생님이 따로 없었다. 전문 배우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가르쳐 주셨고 연습도 열심히 해야 했다. 그런데 연습실이 마땅찮았다. 매번 학원 등 여기저기 대관하느라 바빴다. 그야말로 '셋방살이'였다. 어려움 끝에 120석 규모의 대학로 극장에 연극을 올렸다. 6.25가 배경, 대학병원 의사가 주인공인 ‘한씨 연대기’에서 내가 1인 4역을 했다.

-바른아트센터 개관까지 하게 된 이유는?
연습실 없이 전전하다보니 이런 공연장 하나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로 근처 등을 알아보다가 병원 옆건물 지하 야구 연습장 매물이 나왔고 층고가 9m로 높다는 것을 확인, 덥석 계약을 했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내가 원래 막 따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용 공연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실현시켰다.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연극을 위한 모든 시설과 장비를 최고급 사양으로 갖췄다. 연극 공연은 물론 병원·학회·지역 행사 등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장과 함께 전시를 할 수 있는 갤러리, 탁구대가 있는 체육관이 마련돼 있다.

-바른아트홀에서 연극도 했다? 
지난 3월에 배우 김민교 선생님을 연출가로 초빙해 연극 ‘택시 드리벌’을 올렸다. 나는 타워비뇨기과 고영수 원장과 함께 주연으로 더블 캐스팅이 돼서 7개월 간 매주 연습을 했다. 3주간 총 8회 공연을 했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이 직접 주연 배우로 출연한 '택시 드리벌'/신지호 기자
-현역 의사인데, 배우 활동이 도움이 되나?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 방법 중 하나가 심리극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똑같이 만들어서 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기법이다. 연극의 매력은 심리 치유와 함께,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매일 환자를 대하고 환자를 이해해야 하는 진료에도 도움이 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 진료실에서 자기 감정에 따라 갑질하는 의사들도 있는데, 의사가 힘없이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면 환자는 큰병에 걸렸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헤아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극이 진료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또 진료실을 무대로 치자면 의사는 배우고 환자·보호자는 관객이다. 의사는 진찰 결과를 설명하는 배우로서 역할을 한다. 자기가 배운 지식을 가지고 환자와 보호자가 이해하도록 잘 설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좌절하지 않고 치료 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른아트센터 활용 계획은?
고대 의대 연극반에 신입생들이 들어 오면 OB멤버와 합동 공연을 하고 싶다. 다른 연극도 올리고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강연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선수트레이너협회, 척추내시경학회에서 대관을 해서 학회를 치뤘다. 바른세상병원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이용된다. 가을에 복식 탁구대회를 여는데, 병원 직원들이 틈나는 대로 탁구 연습을 하고 체력을 키우고 있다. 갤러리에는 바른세상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손흥민 등 운동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 대관도 할 계획이다.

바른아트센터에 있는 체육관. 탁구대가 놓여 있어 병원 직원들이 틈틈이 운동을 하는 데 사용된다./신지호 기자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 등 더블보드를 가진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근무할 때 미국 하버드 대학에 연수를 갔다. 2년간 스포츠의학을 배우면서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국내에 돌아와 정형외과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전문의를 따려면 통상 4년 간 레지던트 생활을 거쳐야 하는데, 나는 통합 8년의 세월 동안 고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지름길이 빨리 갈 때는 도움이 되지만, 돌아가는 길이라도 크게 보려고 한다. 근골격계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축구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다?
원래도 축구를 좋아했고 재활의학, 정형외과학 두 분야를 보다보니 치료가 정교해야 하는 스포츠 팀닥터로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2005년 축구협회 팀닥터로 네덜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참여한 것이 시작이었다. 런던올림픽에도 팀닥터로 참여했다. 체육계에서 경력이 점차 쌓이고 인정을 받으면서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바른세상병원 산하 연골재생연구소는 최근 국책과제를 수주했다./신지호 기자
-병원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4년에 지금 바른세상병원 본관 2층에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을 개업했다. 당시 의사는 나 혼자였지만 지금은 의사 28명에 직원이 430명으로 늘었다. 사실 위치적으로 바른세상병원은 썩 좋은 건 아니다. 큰 도로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킴스클럽 같은 큰 마트에 가려지는 면도 있다. 개원 당시 야탑역 주변에 정형외과만 4곳이 있었다. 첫 1년 간 환자가 오지 않았다. 진심을 다해 진료를 봤고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늘었다. 외래 환자가 많아지니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의사를 뽑았다. 작은 의원을 경영하면서 의사를 뽑자 주변 사람들이 반대했다.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병원은 더 잘됐다. 우리 병원은 2004년 이후 단 한 해도 발전을 안한 적이 없다. 성장을 위한 투자가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연골재생연구소를 열었다?
무릎 수술을 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라면 무릎 연골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 없다. 연골은 재생이 안되고 약도 없다. 연골재생연구소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고 연구원 4명을 초빙했다. 첨단 장비도 들였다. 전문병원 부설 연구소지만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놨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 중 나온 연골조직을 이렇게 저렇게 실험을 하고 논문도 많이 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13억 4000만원 규모의 국책 과제(범부처 재생의료 기술 개발사업)를 수주했다. 연골재생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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