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저널리즘 이례적 승리...경찰 비판 PD 항소심 무죄 판결
홍콩 최고 법원이 경찰 탄압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홍콩 언론인에 대한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언론에 대한 탄압이 극심한 상황에서 나온 홍콩 저널리즘의 보기 드문 승리”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홍콩 항소심 재판부 판사 5명은 지난 5일 시위대에 대한 테러를 취재한 홍콩라디오텔레비전(RTHK) PD 차이위링(蔡玉玲ㆍ37)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짓 진술을 통해 차량 정보에 접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의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추정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심각한 불공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렬해지던 그해 7월 21일 밤 홍콩 지하철역에서 흰색 상의를 입은 남성 100여 명이 시위대와 시민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위대를 겨냥한 첫 백색 테러였다.
당시 임산부를 비롯해 현장을 취재하던 홍콩 입장신문(立場新聞) 여기자 등 40여 명이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45분 넘게 지나 도착했고 테러단은 곤봉을 들고 시위대를 공격했지만 체포되지 않았다.
차이위링은 시위대 배후를 추적한 ‘7ㆍ21 : 누가 진실을 알고 있는가(7ㆍ21: Who Owns the Truth)’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송했다. 곤봉 등을 싣고 온 테러단 차량을 추적해 소유주가 친중파 홍콩 입법회 의원 허쥔야오(何君堯)의 선거 운동원이라는 사실을 폭로했으며 경찰의 무기력한 법 집행이 테러단과의 사전 공모 때문일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당국은 그가 취재 목적을 밝히지 않고 테러단의 차량 번호판을 조회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홍콩 경찰은 2019년 11월 그를 차량 정보에 허위로 접근했다는 혐의로 체포했고 2021년 4월 1심 법원은 “홍콩 법률하에서 언론은 공공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를 가진 것이 아니다”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2년여 만에 “불공정”으로 판가름 난 것이다.
차이위링은 최종 선고 직후 법원을 나와 “지난 몇 년간 홍콩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 홍콩인 마음속의 믿음까지 빼앗아 갈 수는 없다”며 “이번 판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언론인에게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인 협회는 “행동으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한 차이위링의 용기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천랑셩(陳朗昇) 홍콩 기자협회장은 “이번 유죄 판결은 번복됐지만 정부에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보안법으로 인해 당국을 비판할 경우 언제든 처벌될 수 있는 위기에 노출돼 있다”며 당국을 비판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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