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지침 따라 '아들 학폭' 문제 없다? 주요 사실 누락한 이동관
[윤근혁 기자]
▲ 8일 이동관 특보가 공개한 입장문. |
ⓒ 이동관 |
▲ 학교폭력사안대응기본지침(교육과학기술부 2012.3.16.) 내용. |
ⓒ 교육부 |
하지만 이 특보는 교육부 지침 중 유리한 부분만 떼어내 입장문에 담은 것으로 확인돼, 사실 왜곡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지침이 자체 해결 허용? 누락된 내용 살펴보니
이 특보는 8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하나고가 2012년 당시 학폭위를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교폭력사안대응기본지침(교육과학기술부 2012.3.16.)에 따르면 '가해 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해 피해 학생에게 화해를 요청하고, 피해 학생이 화해에 응하는 경우' 담임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규정(했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아들이 학폭 피해 학생과 화해했기 때문에 '담임 자체해결이 가능한 사안'이고 이에 따라 당시 하나고가 학폭위를 열지 않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부 지침을 확인한 결과, 이 특보는 해당 지침의 주요 항목을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침은 '담임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 기준'을 다음처럼 규정하고 있다.
1. 가해행위로 인해 피해학생에게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가 있었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2. 가해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하여 피해학생에게 화해를 요청하고, 이에 대해 피해학생이 화해에 응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안
학폭 전문가들은 1과 2, 두 가지 기준 중에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으면, 학폭위로 넘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특보는 입장문에서 1의 기준은 쏙 빼놓은 채, 2의 기준만 입장문에 담았다.
당시 국회 등에서 공개된 학폭 피해 학생 2명의 진술서를 보면 신체적·정신적인 피해가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
진술서 내용을 보면 피해학생들은 "1주일에 2~3회 꼴로 때렸으며 식당에서 잘못 때려 명치를 맞기도 했다", "A는 B가 맞아야 하는데 없어졌다는 이유로 (이 특보 아들에게) 대신 맞았다",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 "C와 나를 같이 불러서 둘이 싸우게 하고 어떨 때는 나보고 C를 때리라고 해서 때리지 않으면 나를 때렸다"는 등의 진술을 했다.
그런데도 이 특보는 교육부 지침 가운데 '상호 화해' 내용이 담긴 부분만 떼어내 입장문에 넣은 것이다. 이 특보는 입장문에서 피해학생들의 '진술서' 내용 등에 대해서도 "진술서 등을 토대로 심각한 학폭이라고 유포된 내용은 근거가 희박하며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 특보는 특히 "2011년 1학년 재학 당시 자녀와 피해학생 1명은 상호 물리적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학년 당시 당사자 간에 이미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 고교 졸업 후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사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이동관 '아들 학폭' 장문 해명 "피해자와 화해, 졸업 후에도 연락" https://omn.kr/249uu)
하지만 학생들이 쓴 진술서에 나타난 피해 학생은 최소한 4명이다. 2012년 학폭 자체 해결 당시 이들 4명의 학생과 모두 화해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이 특보는 입장문에서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피해학생 4명, 누구와 화해했나... 전문가 "원칙적으로 학폭위 올려야 하는 사안"
설혹 피해 학생 4명이 모두 화해에 응했더라도, '가해 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하여 화해를 요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담임 자체해결 기준2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학폭 가해는 논란이 불거지기 한 해 전인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특보 입장문에 대해 오랜 기간 학교에서 학폭 문제를 다뤄온 한 학폭전문가는 <오마이뉴스>에 "당시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이 특보 아들의 학폭 가해 건은 상호 화해가 있었더라도 피해 학생이 심각한 신체·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학폭위에 올려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정말로 심각한 학폭 피해자들이 여러 명이 있다는 진술서가 있고, 가해 학생인 이 특보 아들까지 물리적 충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야말로 지침이 규정한 객관적인 피해 증거"라고 지적했다.
▲ 2017년 12월 18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리는 친이명박계 인사들과 송년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이 불거진 2012년 2월경, 이 특보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로 통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부 지침' 누락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이 특보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도 남겼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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