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크라이나 댐 붕괴는 미국·우크라 자작극" 주장
북한이 지난 6일(현지시간) 붕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 붕괴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사 오성진이 작성한 '카호우카 언제(댐) 붕괴는 제2의 북부 흐름 사건에 불과하다'는 글을 실었다. '언제'(堰堤)는 하천이나 계류 등을 막는 구조물을 뜻하는데, 북한에서 댐을 일컫는 용어다.
'북부 흐름'이란 러시아에서 유럽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말한다. 지난해 9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3곳이 파손돼 가스가 누출된 사건이 발생했고, 러시아나 친우크라이나세력, 미국이 관련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으나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카호우카 댐의 붕괴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측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테러라고 반박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 세계가 이번 언제 파괴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를 걱정하고 있을 때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모든 책임을 러시아에 넘겨 씌우기 위해 비열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번 폭발로 러시아에 새로 통합된 지역의 평화적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젤렌스키 당국이 미국 묵인하에 이런 특대형 범죄를 자행할 동기는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결국 카호우카 언제 붕괴 사건은 러시아에 인도주의 재난의 책임을 씌우기 위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모 결탁한 또 하나의 자작극, 제2의 북부 흐름 사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러시아의 점령 지역에 있는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을 폭파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댐 붕괴가 지난 4일 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남부 크림반도에서부터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 이르는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 이른바 ‘육교(land bridge) 끊기’를 노려왔다. 카호우카댐이 있는 헤르손주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자포리자주 등을 장악해 러시아 점령지를 양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카호우카댐 파괴로 드니프로강 하류 지역이 침수되면서 작전이 차질을 빚게 됐다. 드니프로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우크라이나군, 동쪽은 러시아군이 통제하는데 댐 파괴로 침수된 건 강 동쪽이다. 서방 지원에 힘입어 전력이 급상승한 우크라이나 기갑부대의 동쪽 진격이 어렵게 됐다.
하지만 러시아 측도 카호우카댐 파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대비해 강 동쪽에 공들여 구축해 온 방어 진지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보았다. 아울러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시해 온 크림반도의 물 공급이 타격을 받게 됐다.
러시아는 이런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댐을 폭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 등 남부 전선을 포기하면서 이곳을 초토화해 우크라이나군에 큰 피해를 주려는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남부 진격을 위해 댐 파괴를 저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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