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거래냐 주택 정책 실패냐…전세 사기 책임론 대두

유민지 2023. 6.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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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법과 제도적 미비 지적해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입법 필요
4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반면, 개인의 문제를 왜 국민세금으로 보상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세 사기를 두고 개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입장과 주거정책 실패로 봐야 한다는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법과 정책이 미비했기에 국가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피해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실시한 전세 사기 기획 조사 결과 및 특별단속 중간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 기간에 3000명의 전세 사기 피해자가 발생했고 피해 금액은 4599억 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하반기에도 전세 사기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커지자 정치권도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특별법에는 피해 지원 적용 대상 전세금을 5억원으로 늘리고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피해자 구제에 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특별법은 주택보증금이 5억원 이상인 주택과 입주 전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정부의 편의와 임의에 따라 복잡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진다면 특별법의 실효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전세 사기 피해자들과 일반 사기 피해자를 동일시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 형평성이 깨진다며 “전세 사기는 사회적 재난이 아니다”고 말했다.

원 장관 이외에도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순수한 민사 사안을 국민 세금으로 보상해 줘선 안 된다. 세상을 잘 살피고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배신이다”, “문제 될 거 알았는데도 싸니까 들어간 거다” 등의 의견들이 나온다.

“전세사기, 국가가 고통 분담해야” 

전문가들은 전세와 대출제도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사기가 발생한 것은 부동산 상승기에 악의적인 갭투자도 있지만 전세 대출 여건이 쉬워진 것도 큰 몫을 한다”고 전했다.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기에 정부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세권 설정등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얼투데이 장재현 팀장은 “전세권 설정 등기가 계약과 동시에 인정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전세권 등기는 서류로 쓰고, 동사무소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권 설정등기와 동시에 대출이 일어나는 걸 막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간소화 시스템 개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국가의 책임 외에도 공인중개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8일 국토부가 발표한 전세 사기 기획 조사 결과 및 특별단속 중간결과 발표에 따르면, 10달간 검거된 피의자 중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42.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행 공인중개사법상 주변시세 등에 대한 설명 의무는 없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제1항은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미비와 과실로 손해 발생시킨 경우 손해배상 의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소유권, 전세권, 중개보수 등이지, 주변시세와 세금 체납 등에 대한 설명 의무는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미납국세와 주변시세에 관한 설명 의무를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하는 방안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입조처는 “근본적으로 임차인이 위험성 있는 전세 계약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며 “공인중개사의 책임 강화 등 전세기 위험성 높은 전세 계약이 사전에 체결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 대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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