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방송국서 '親트럼프' 행보 펼쳤다, CNN CEO 결국…
미국의 대표적 진보 성향 방송국 CNN의 크리스 릭트(61) 최고경영자(CEO)가 해임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 생중계를 추진했다가 회사 안팎의 반발을 산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7일(현지시간) CNN은 해임 소식을 전하며 "릭트가 심각한 실수들로 얼룩졌던 1년 여의 짧은 재직 기간을 끝으로 회사를 떠났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날 CNN의 모회사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도 "릭트의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임원 4명이 CEO 자리를 대체한다. 릭트는 보도가 나온 당일 아침에야 해임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4월 그가 부임한 뒤 CNN의 시청률은 계속 떨어졌다. CNN이 추진했던 스트리밍 서비스 CNN+는 3주 만에 중단됐고, 특파원을 비롯해 직원 상당수가 정리해고를 당했다. CNN은 "릭트는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며 "그럼에도 한동안 직원들은 그를 신뢰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는 직원들의 호의를 낭비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생중계한 것이 퇴진의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이날 트럼프는 "지난 대선 당시 나를 찍은 수백만 표가 사라졌다"며 선거 조작론을 재차 주장했다. 법원이 배상 판결을 내렸던 자신의 성추행 혐의 역시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한 여성 칼럼니스트 진 캐럴을 모욕하기도 했다. 진행자인 케이틀란 콜린스에겐 "불쾌한 사람(nasty person)"이라며 짜증을 냈다. 콜린스는 2017년 백악관 출입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출입을 정지당했던 인물이다.
대선 주자로서의 자질과 공약 등을 검증하겠다는 의도로 추진된 방송이었지만, 트럼프에게 거짓말과 변명을 할 기회를 줬다는 비판이 CNN 안팎에서 나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CNN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썼다. CNN의 스타 앵커였던 크리스티안 아만푸어가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졸업식 연설에서 릭트를 저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릭트는 이날 시청자 수가 약 310만 명으로 평소 4배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2일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은 "그가 공화당을 옹호하는 보도를 추진하면서 CNN의 기존 시청자와 구성원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CNN이 트럼프 지지자 등 보수 진영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릭트는 앞서 미 CBS와 MSNBC에서 뉴스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CBS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 '디스 모닝'은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통하는 '피바디상(The Peabody Awards)'과 에미상 등을 수상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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