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브릭스, 블록이 될까
이코노미스트도 때로는 언어유희를 즐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이 그랬다. 오닐은 2001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통칭하는 약어로 BRICs를 제시했다. 그는 이 약어 ‘브릭스’의 발음이 벽돌(bricks)과 같다는 점에 착안해, ‘더 나은 글로벌 경제 브릭스(벽돌)의 구축(Building Better Global Economic BRICs)’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브릭스라는 개념은 여러 측면에서 두드려 맞았다. 첫째, 브라질과 러시아는 원자재 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4개국을 묶는 요소가 없다. 둘째, 인도와 중국은 적대적인데 어떻게 한 그룹이 되느냐는 비판도 여전히 유효하다. 셋째, 브릭스 펀드가 부진했다. 그러나 ‘더 나은 벽돌’이라는 전망은 현실이 됐다. 브릭스 국가들은 빠른 성장세를 과시해왔다. 인도 언론매체 더프린트 등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취합해 “브릭스(BRICS)가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 합계에서 2020년에 주요 7개국(G7)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이 BRICS는 옛 BRICs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세한 5개국을 가리킨다. 남아공은 2011년에 멤버가 됐다). 이로써 ‘브릭스의 GDP 총액이 2039년에 G7을 넘어선다’는 전망이 한참 더 일찍 실현될 것이 확실해졌다.
브릭스는 오는 8월 남아공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2일 케이프타운에서 외무장관회의를 가졌다. 새로 브릭스에 가입하고자 하는 국가가 19개국에 이른다. 브릭스가 명실상부한 경제 블록(block)이 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말했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들의 관념은, 그것이 옳거나 그르거나, 통상 여겨지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장난 섞어 시작한 브릭스 논의가 실체를 얻더니 덩치를 키우면서 내실을 꾀하는 상황을 보면서 떠올린 말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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