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슬의 숫자 읽기] 사라진 300만 명
최근 실업률 수치가 부쩍 좋아졌다. 예년에는 평균 3.7% 정도를 유지하던 실업률 수치가 2022년엔 2.9%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 4월엔 2.8%까지 떨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저치다. 실업률이 떨어진다니 자축해야 할 일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찜찜한 사정이 하나 숨어있다. 실업률 통계에서는 구직 자체를 단념한 이들이 아예 집계 대상에서 빠져버린다는 중요한 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5세 이상의 인구는 생산가능인구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으로 약 4500만 명 정도다. 그렇지만 이들 인구가 모두 소득을 얻기 위한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건 아니므로 4500만여 명의 인구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거나 참여할 의사가 있는 이들을 별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바로 2900만 명 정도의 경제활동인구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600만 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도 않고, 참여할 의사도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라 할 수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게 육아와 가사에만 전념하는 전업주부다. 눈에 보이는 소득은 없지만, 실제로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다. 학업도 다른 중요한 이유다. 대학 진학률이 79%에 달하는 사회이다 보니, 청년들은 상당한 기간을 교육에 전념하느라 경제활동에서 빠진다.
그 외에도 고령을 이유로, 몸과 마음의 장애를 이유로 쉬는 이들까지 모두 꼽아봐도 여전히 ‘이유 없는’ 이들이 남는다. 그런데 그 숫자가 무려 300만 명이라 문제다.
2013년엔 이런 ‘이유 없는’ 경제활동 미참여자의 숫자가 220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2022년에는 그 숫자가 310만 명으로 껑충 뛴다. 10년 사이에 이유 없는 경제활동 미참여자가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혹자는 이를 실업급여가 지나치게 후해진 탓에 발생한 문제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업급여 신청자는 같은 기간 30만 명 정도 는 게 고작이고, 다들 형식적으로라도 구직활동을 하기에 이들은 경제활동인구다. ‘이유 없는’ 비경제활동인구가 100만 명이나 늘어난 걸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실제로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성매매나 도박 같은 불법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중일 수도 있고, 이웃 나라 일본처럼 은둔형 외톨이로 격리된 삶을 사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황과 원인을 모르니, 대책도 없는 상태다. 이미 우리나라는 더 낳을 여력을 고민할 단계는 지났다. 결국 남은 방법은 이미 태어난 사람을 잘 활용하는 것뿐이다. 늦었지만 이들의 정확한 현황과 원인이라도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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