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 "美승리-中패배에 베팅한다면 후회할 것...대만문제, 존중해달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한국 정부의 ‘미국 중시 외교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는 한편 한중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싱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이 대표를 초청해 동북아 정세 현안과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
이 대표가 먼저 “통역 없이 말씀을 나누게 돼 진의가 왜곡·변형되지 않고 잘 전달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문을 떼자 싱 대사는 “이 대표님은 한국에서 대단한 정치인”이라며 “한중 관계, 중국의 당(黨)과 더불어민주당의 관계, 나아가 국제문제와 기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고 답했다.
싱 대사는 먼저 한중간 ‘우호적 관계’를 언급했다. 지난 1월 중한 관계지수가 4.1(최고 10점, 최저 -10점)이라는 중국 칭화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그는 “(연구에 따르면) 한중 관계의 기조가 여전히 우호적인 상태”라며 “이루기 어려운 양국 관계의 발전 성과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는 등의 원인도 있지만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더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의 시장과 산업구조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 투자 전략을 시기적절하게 조성한다면 중국 경제성장의 보너스를 지속해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대만 문제, 미국의 대중압박 등 외교적인 갈등에 있어 “한국 정부가 중국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고 한중관계의 기초와 연관돼 있다”며 “우리는 한국이 중국의 우려를 존중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며 “분명 잘못된 판단이다. 단언컨대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만찬 회동은 지난달 중하순 주한중국대사관 측에서 민주당 대표실에 제안해 이뤄졌다. 2시간 동안 진행된 만찬에는 ‘베이징 카오야’(북경오리) 요리가 올랐고, 반주도 곁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취임했을 때 싱 대사가 예방 온 데 대한 답방 성격으로 보면 된다”며 “외교가에 확인해보니 대사관저 초청은 상당한 친근감을 표현한 것이자 우호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메시지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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