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이 ‘미공개 정보’ 의심받는 이유…상장빔이 뭘까 [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27)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6. 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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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무소속 의원발 ‘코인 사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쟁점이 워낙 다양하다. 불투명한 자금 출처에 입법 로비와 자금 세탁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미공개 정보’ 취득 가능성이다. 김 의원은 넷마블이 발행한 ‘마브렉스(MBX)’가 급등하기 직전 코인을 대량 매입했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코인 시장에 명확히 ‘호재’라고 할 만한 이벤트가 딱히 있느냐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는 실적에 영향을 줄 만한 대형 계약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여럿 존재한다. 그런데 코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호재가 불명확하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이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는 데다 주주 개념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코인 시장에도 몇 안 되는 확실한 ‘호재’가 분명 존재하기는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형 거래소 상장’이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는 순간 그 즉시 코인 가격이 급격히 오른다.

코인 투자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상장 후 급등’이 거의 공식처럼 굳어졌다. 상장 직후 마치 ‘레이저빔’처럼 치솟는 캔들 차트(봉) 모양에 빗대서 이른바 ‘상장빔’이라고도 부른다.

‘코인 상장빔’은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 직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00%에 출발 후 상한가)’은 장난처럼 보일 만한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국내 코인 시장에서는 1000배 상승률을 기록한 상장빔이 있을 정도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미공개 정보’ 취득 의혹을 받고 있다. 마브렉스 가격 급등 직전, 시가로 9억원이 넘는 코인을 대량 매입했다. 상장 직후 가격이 급등하는 ‘상장빔’을 노린 투자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연합뉴스)
상장빔 올라탄 김남국

마브렉스, 상장 직후 4만원 → 7만원

김 의원은 ‘거래소 상장’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취득해 ‘상장빔’에 올라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장 일정은 코인업계에서 ‘극비’에 부쳐지지만 상장을 신청한 기업이나 재단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소는 일정을 알 수 있다.

논란이 된 마브렉스는 지난해 4월 8일 빗썸에 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브렉스와 빗썸은 약 3주간 상장 심사 기간을 거친 후 4월 29일 상장 계약을 맺었다. 첫 상장 공지는 5월 4일, 실제 상장은 5월 6일에 이뤄졌다.

김 의원은 상장 계약이 체결되기 약 일주일 전인 4월 21일부터 마브렉스를 대량 매입하기 시작했다. 4월 21일부터 상장 공지가 발표되기 직전인 5월 3일까지 약 2주에 걸쳐 마브렉스 1만9712개, 당시 가치로 따지면 약 9억원어치 코인을 사들였다.

5월 4일 상장 일정이 공지되고 마브렉스 가격은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5월 4일 29달러(약 3만8000원) 수준이었던 마브렉스 글로벌 시세는 5월 6일 상장 후 최고가 6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만약 김 의원이 고점에서 보유한 코인 전량을 매도했다고 가정하면 5억9000만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김 의원은 결과적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기는 했다. 상장한 지 하루 만에 마브렉스 가격이 2만9000원까지 폭락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상장 전 사들인 물량 중 3분의 1밖에 팔지 못했던 시점이다. 그가 매수할 때보다 더 낮은 가격에 코인을 분할 매도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가 어찌됐든, 급등 직전에 9억원에 달하는 코인을 사들인 것만큼은 ‘팩트’다.

마브렉스 가격은 상장 후 일주일 만인 5월 14일 1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 현재는 1400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상장빔, 왜 생길까

부족한 유통량…시세 조종 ‘먹잇감’

그간 ‘상장빔’ 사례는 여럿 있었다. 2021년 10월 업비트에 상장한 ‘1인치네트워크’는 상장 직후 시가 4165원에서 최고가 2만3300원까지 치솟았다. 또 다른 김남국 코인 ‘위믹스’도 업비트 상장 직후 빔을 쏘아 올렸다. 2022년 1월 11일 상장일 하루 동안 글로벌 시세가 4.7달러에서 9.5달러까지 2배 가까이 상승한 바 있다.

2021년 4월 빗썸에 상장한 ‘아로와나토큰’은 그야말로 ‘전설’을 썼다. 상장한 지 30분 만에 상장가 50원에서 5만원까지 뛰어오르며 10만%라는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장빔이 나오는 이유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상장 직후 무조건 가격이 오르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악재’ 요인도 많다. 거래소 상장 이전 코인을 취득하거나 매입할 수 있는 경로는 한정적이다. 재단이나 기업이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코인을 파는 ‘프라이빗 세일’, 상장이 필요 없는 ‘탈중앙화거래소 거래’, 이벤트나 마케팅으로 무상 지급하는 ‘에어드롭’ 정도다.

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 입장에서 거래소 상장은 ‘현금화 기회’다. 그동안 제값 받고 팔 기회가 없던 코인을 매도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가 많다면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코인 가격이 되레 떨어져야 맞다.

그렇다면 대체 ‘상장빔’은 왜 나오는 걸까.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시세 조종’이다. 코인 시장에도 시장을 움직이고자 하는 ‘작전 세력’이 존재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덕에 오히려 운신의 폭이 자유롭다.

작전 세력에 신규 상장 코인은 좋은 먹잇감이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은 시중 유통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돈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단기간에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어 시세 조종이 수월하다.

국내 거래 비중이 높은 ‘김치 코인’이 글로벌 코인에 비해 상장빔 이슈가 더 많은 이유도 여기 있다. 김치 코인은 국내 거래소에 ‘최초 상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형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다, 국내에 한 해 신규 상장하는 코인과는 유통량 자체가 다르다. 기이한 상승폭을 보였던 아로와나토큰 역시 한글과컴퓨터그룹에서 주도하는 코인 프로젝트다.

일단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 개인 투자자가 따라붙으면서 가격 상승에 더 탄력이 붙는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의빔’이나 ‘상폐빔’이 나오기도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폐지를 공시하면 유통량이 떨어지면서 여기에 또다시 세력이 붙는 것이다. 상장폐지라는 악재가 명확한데도 당장 가격이 오르니 또 개인 투자자가 매수에 나선다.

‘극적인 상장빔’이 나온 코인 결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상장 하루 이틀 만에 가격이 급등하지만 어느 순간 폭락에 폭락을 거듭, 이후로는 낮은 가격에서 시세가 지속되는 ‘L자형 그래프’를 보인다. 세력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가격이 급락하는 수순이다.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고 치더라도 결국 손해를 봤다. ‘상장=호재’라는 생각에 무작정 투자에 나서면 안 되는 이유다

코인 투자붐이 시들해진 이후, 최근에는 상장빔 현상도 희미해지고 있는 추세다. 올해 3월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한 ‘마스크네트워크’는 시가(4330원) 대비 장중 최고가(5705원) 상승률이 30% 정도였다. 이어 상장한 아비트럼(16.6%), 멀티버스엑스(37.3%), 수이(13.4%) 역시 과거처럼 드라마틱한 상승률을 보이지 못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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