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불법 행위 걸리면 ‘일벌백계’…애널리스트는 개인 투자자와 더 소통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증권 유튜브를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다만 애널리스트가 주가 조작 세력 등과 결탁했다는 둥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안타까운 부분이다.”
한 증권사 이차전지 담당 애널리스트 A씨 얘기다. A씨는 투자자들이 최소한의 규제도 없는 유튜브를 추종하며 매매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자본 시장에서 끊임없이 부정거래 사건이 나오며 제도권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업계 시각도 A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본 시장에 퍼지는 투자자 불신은 날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증권사 등 금융권의 자정 노력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증권사가 기관 투자자 서비스를 더 많이 하고 개인 투자자 서비스가 소홀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요즘은 달라지는 추세”라며 “투자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세미나 개최, 유튜브 개선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애널리스트 시장과 규모가 축소된 만큼 개인 투자자 서비스 역할까지 하기는 버거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권의 현행 시스템과 내부 통제 체계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내용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고객 자산을 운영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은 내부 통제 아니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규정) 강화다. 내부 통제 매뉴얼, 모범 규준 등을 선진화하기 위해 당국과의 세미나 등 소통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자본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체질 개선 노력이 포착된다. 최근 투자 손실이 나면 보수를 받지 않는 성과연동제나 대표이사 직접 운용 등 차별화된 전략과 상품도 나온다. VIP자산운용이 내놓은 ‘손실이 나면 보수’를 받지 않는 ‘VIP 한국형가치투자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직전 1년 펀드 수익률에 따라 다음 분기 운용보수가 연동되며, 손실이 날 경우 회복할 때까지 운용보수를 받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품이 연속 흥행하며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에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기존 마이너스가 나도 수수료를 떼어 가는 불합리함을 개선해 성과 연동으로 만든 것”이라며 “긍정적인 귀납적 사례를 만들어 자본 시장의 신뢰 회복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모니터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리딩방, 유튜브 등에서 유료 회원 가입을 유도한 뒤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 등의 유사투자자문업에서 각종 금융 범죄가 초래되고 있는 만큼 이를 감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황승택 센터장 설명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록·요건 유지가 필요한 투자자문업자와 달리 유사투자자문업은 전문성이나 최소 자본금 요건 없이도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실제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투자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식 리딩방 관련 피해 추정액은 2019년 106억원에서 지난해 20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최근 금감원은 제보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세력을 적발했던 기존 ‘수동적 감시’ 시스템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적발하는 ‘능동적 감시’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정보수집반TF(태스크포스)를 꾸려 감시·조사 인력을 확충하고, 조사·감시 부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본 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적발됐을 때 금융당국이 부과하는 제재가 더 강력해져야 한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도 많다. 최준철 대표는 “사전적 규제는 업계 위축 우려가 있어 음주운전처럼 적발됐을 때 페널티가 크면 제재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도 이 같은 지적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지난 5월 23일 금융위는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거래)에 대해 과징금(부당이득 금액의 최대 2배)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부당이득액이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이라는 점을 자본시장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현재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적발된 불공정거래자를 최대 10년간 자본 시장에서 거래를 못하게 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등을 통해 제도권에서 퇴출할 예정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정부에서 가장 열심히 추진한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다른 나라가 보는 우리나라 투자 환경은 경제 규모나 경쟁력 정도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기업 지배구조 문제, M&A 시 소액주주 보호 문제, 불공정거래 제재 제도 개선 등 여러 가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전반적인 노력을 하면 투자 환경이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사투자자문 규제법 6월 통과 시급
A. 넓게 보면, ‘불신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2차 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당시 역사상 최저 금리, 최대 양적 완화, 최대 재정 적자라는 3대 조합이 나왔다. 돈이 많고 돈 빌리기가 쉽다 보니 사람들은 부동산 갭투자, 신용거래, 파생상품 등 자본 시장에 투자했다. 금리가 낮으니 수익률에 더 몰두하게 된 것이다. 제도권에 대한 불신은 과거에도 항상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 경제·금융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이 불신 바이러스를 더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Q. 자본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나 민간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A. 우리나라 불공정거래나 시장 투명성과 관련된 부분은 제도적으로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해외 제도를 무조건 도입하는 것이 문제다. 감독관청 역할 강화도 중요하다. 앞으로 주식, 파생상품, 가상자산으로 시장이 커지면 금감원 하나로는 불공정거래를 잡아내기 어렵다. 금융사는 단기 이익에 몰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단기적 이익이 쏠쏠한 상품이라도 장기적으로 회사 신용도를 낮추는 상품이면 팔지 않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Q. ‘유사투자자문업 규제 강화’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인데, 현재 논의 상황은.
A. 올해 초부터 여러 금융 사건이 터지며 해당 법안을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7월에는 국회가 안 열리고, 9월 정기 국회에는 국정감사가 열려 시간이 없다. 최대한 6월 중 처리되도록 서두를 생각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유튜브 등에서 허위·과장 광고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불건전 영업 행위를 규제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2호 (2023.06.07~2023.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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