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군은 이미 강한데... 시가행진을 부활시킨다?

이병록 2023. 6. 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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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군대 예식도 국력과 시대상 반영해야... 어떤 나라들이 열병식 강조했었나 돌아보자

[이병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사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국군의날 행사로 사열과 시가지 행군 등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본디 국군의날은 10월 1일이나 추석 연휴 등을 고려해 9월 26일에 행사를 하겠다고 한다. 서울공항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오후엔 서울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시가 행진을 한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국군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 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언론이 이 뉴스를 다뤘다. 한 일간지는 "문재인 정부 때 사라진 국군의 날 '시가행진' 10년 만에 부활"이라고 보도했다. 일부에선 국군의날 행사를 전임 정부와의 차별점으로 해석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강하다' 드러내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군은 이미 강하다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2013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과 각군 사관생도, 기계화 부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과거 국군의날 행사 참가 경험을 비춰보면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열병식이었다. '사열'은 고정 위치에 서 있으면 되는 반면, '분열'은 단상을 지나가는 순간의 오와 열, 대각선까지 맞춰야 하는 고난도의 훈련이다. 일반 시민 앞을 지나는 시가지 행진은 행사장에서 귀빈을 상대로 한 열병식에 비하면 그날의 마무리 행사에 불과했다. 편의상 사열, 분열, 시가지 행진을 모두 열병식으로 통일해서 부르기로 한다.

과거 전쟁에서 군대의 조직적인 행진은 전투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리스 군대의 '팔랑크스'와 로마 군단의 '프린키페스' 등은 대열 이동이 곧 전투력이며 겁에 질린 병사들의 전투 이탈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과거 전투 진형이 현대에선 '열병식'의 의장 행사 형식으로 유지돼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선 열병식을 매년 거행하다가, 5년 단위로 축소했다. 이후 '행사 준비 비용과 장병 피로도 등 사유'로 축제 형식으로 유지했다. 군대의 예식도 국력과 시대상을 반영해 변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생존 전투에서 통상 약한 동물은 보호색을 써서 강하게 보이려고 한다. 군대도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군 전력을 강하게 보이도록 했던 효과가 있었다. 지금 우리 군대는 한국형 무기체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다엔 이지스급 구축함과 214급 잠수함이, 하늘은 F-15와 F-16이 지키고, 땅에는 각종 K계열의 무기가 있다.

우리 군도 대규모 행사를 통해서 강군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미국을 보자. 미국은 열병식 행사를 하지 않아도 모든 나라가 인정하는 군사 강국이다. 

열병식과 국력·전투력은 별개... 행사는 행사일 뿐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2013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과 각군 사관생도, 기계화 부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권위주의 정부와 민주주의 정부를 가늠하는 데에도 열병식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북한 등 공산권 국가나 권위주의적 국가의 경우, 대규모 열병식을 자주한다.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고 싶은 의도다. 그러나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서 주기적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나라는 잦은 외형적인 행사를 통해 지도자의 권위나 정부의 안정성을 스스로 과시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해마다 열병식 행사를 했고, 5.16과 12.12가 성공한 이후엔 사관생도를 동원해 지지행사도 벌였다. 그러나 2023년 현재의 대한민국은 굳이 대외 과시용 행사를 벌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관함식 외에는 큰 행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력과 열병식간 연관성도 짚을 수 있다. 딱히 대외적으로 보여줄 게 없는 약소국의 경우 대규모로 동원된 군중집회와 국제 행사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우리나라도 국제 행사를 전국가적으로 유치하고, 외국 귀빈이 방문하면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길거리에서 환영 행사를 하지 않았나. 필자는 북한의 대규모 행사를 보면서 내용보다는 동원된 대중을 딱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필자의 경험상으로 국군의날 행사를 준비할 때엔 오전에 활주로를 두 번 돌고, 오후에 활주로를 두 번 도는 게 일과였다. 열병식에 참가한 예비군 부대로는 전역 전 병장을 동원했는데, 각 부대에서 노련한 병장 급을 차출하곤 했다. 전투장비들도 열을 맞추기 위해서 기관을 과도하게 사용해 성능이 떨어졌었다.
 
▲ 국군의 날 대규모 시가행진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2013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과 각군 사관생도, 기계화 부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시간은 흘렀고, 국력은 강해졌다. 이제 우리 군은 화력시범훈련에서 보여주듯 이미 첨단과학 장비를 갖춘 군대로 변신했다. 보여주기 행사 대신 실전적 훈련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대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추구한다면 말이다. 

조직적인 군의 특성상 행사가 필요하다면, 대규모 열병식은 국군통수권자 임기 중에 한 번 정도면 될 것으로 본다. 다시 강조하지만, 열병식 규모는 국력과 전투력과는 별개다. 행사는 행사일 뿐이다.

국군의날까지는 4개월가량 남았지만, 사실 준비 시간이 빠듯할 것이다. 사관학교 등 참가 부대는 후반기 일정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군의날 주인공인 모든 장병과 온 국민이 즐기는 국군의날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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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병록씨는 예비역 해군 준장, 현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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