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폭 해명 나선 이동관, 핵심이 빠졌다
[신상호 기자]
▲ 2015년 12월 15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당시 모습. |
ⓒ 이희훈 |
아들의 학교 폭력 관련 의혹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던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8일 언론에 해명자료를 내면서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이 특보는 그동안 침묵을 지키다 이날 입장문을 내게 된 이유에 대해 "공직 후보자로 지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응하는 것이 인사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정도도 아니라고 생각해 그간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다"라며 "그러나 최근 야당 대표까지 나서 무차별한 '카더라'식 폭로를 지속하고, 이것이 왜곡 과장되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에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특보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하나고가 당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반드시 열었어야 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지 않은 점, 결국 학폭위 없이 전학으로 사건이 마무리 돼 학생부에 학교 폭력과 관련한 어떤 처분 내용도 기록되지 않은 점, 이에 따라 수시입시에 불이익을 피한 점 등 핵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빠져 있다.
학폭대응지침에 따라 문제 없다? 하나고 학폭법 위반 정황 뚜렷
이 특보 아들의 학교 폭력 의혹은 지난 2012년 불거졌다. 당시 하나고에 재학 중이던 이 특보의 아들은 동급생 친구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고, 학생들이 교사에게 피해를 호소하면서 내부에서 공론화됐다. 당시 하나고는 이 특보의 아들을 전학 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하나고의 조치는 학교폭력 발생시 반드시 학폭위를 열도록 한 학교폭력예방법(학폭법)을 위반한 것이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특보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학폭법 위반' 여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특보는 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해 '학교폭력사안대응기본지침'에 따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특보는 "당시 '학교폭력사안대응기본지침'에 따르면 '가해 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해 피해 학생에게 화해를 요청하고, 피해 학생이 화해에 응하는 경우' 담임 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써놨다.
그런데 당시 하나고의 처리는 법 위반 소지가 분명하다. 2012년 1월 시행된 학폭법을 보면,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은 경우(제13조 2항) 반드시 학폭위를 열어 논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당시 하나고 학폭위 위원장을 맡고 있던 교감 정아무개씨는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학폭위를 열었느냐"는 당시 정진후 정의당 의원 질의에 "개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책임 당사자 스스로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한 발언이다. 특히 하나고가 학폭대응기본지침에 따랐다고 하더라도, 이런 위법 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2012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통해서도 학폭 발생시 반드시 학폭위를 열어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당시 정권의 실세로 고위공직자를 지냈던 이 특보에게는 도의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지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고발장에서 "(하나고 교감이) 가해학생이 고위층 자녀라는 것을 알고 학폭위 위원장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를 심의하지 않음으로써 학폭위 업무수행 활동을 불가능하게 했다"라고 적시했다.
특히 이 특보는 당시 하나고 교감이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인데 당시 검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서울서부지검이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한 달 전에 32대 검찰총장을 지냈던 김각영 변호사가 하나고 이사장에 부임한 사실도 의심을 사게 하는 대목이다.
▲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 |
ⓒ 권우성 |
이 특보는 당시 아들의 전학 조치가 "퇴학 처분보다 한 단계 낮은 중징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나고는 학폭위를 열지 않으면서, 학생기록부엔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이후 이 특보의 아들은 대입 수시전형을 통해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에 입학했다.
이와 관련 학생부에 학폭 전력이 남았다면 합격이 어려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입시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전학이 명목상 중징계에 해당하더라도 실제 학폭위를 피해 전학을 간 것은 학폭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가장 유리한 처분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이 특보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자사고 재학생이 일반고로 전학 가게 될 경우 학교의 커리큘럼이 완전히 달라 대학 입시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과 이에 대한 우려가 커 1학기 이수 후에 전학 조치를 요청했으나 학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의제기 없이 이를 수용했다"라고 강조했다.
피해 학생 여럿인데 화해했다는 한 명만 언급한 이유는?
이 특보는 입장문에서 자녀의 학폭 사건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피해자였던 '학생B'를 언급했다.
이 특보는 "자녀와 학생B는 고교 졸업 후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사이"라며 "학폭 피해자였다면 있을 수 없고,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 특보 아들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학생과 진술서에 등장하는 피해 인물은 최소 4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특보의 해명에는 나머지 피해학생의 존재와 화해 여부 등 핵심 내용은 빠져 있고 화해했다는 단 1명의 사례만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피해학생 1명과 잘 지내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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