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힘들고 이미지는 바닥...교대가 존재 의미 잃어가는 이유 [누리보듬이 소리내다]

누리보듬(필명) 2023. 6. 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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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입학 정원을 축소해야 과다한 임용 경쟁률을 해소하고 교대 이미지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년간의 숨 가쁜 레이스 끝에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처음 인터넷 강의를 듣던 날의 비장함, 107명이라는 선발 인원이 발표되었을 때의 절망감, 정장을 입고 면접시험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의 초조함, 울고 웃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물론 행복했다. 친구들보다 몇 년은 빠른 취업,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업이 아닌가. 다만 똑같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 동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교대의 몰락에 대한 기사들, “이번에 수능 몇 등급이 교대에 합격했다더라” “교대 미달 났다더라” 하는 주변의 반응, 다음 교사 선발 인원은 얼마나 줄어들까 불안해하는 후배들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교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전국 교대생들이 지난 3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교육 전문대학원 도입 철회, 기간제교사 확대 정책 중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대 떠나 다른 진로 찾기도


필자가 졸업한 교육대의 익명 커뮤니티를 훑어보면 크게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임용 시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초등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입학했고 임용까지 응시할 예정이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선발 인원 감축으로 인해 걱정한다. 합격 컷이 낮은 지역으로 응시할지 고민하고, 아직 임용시험까지 한참 남은 저학년임에도 빨리 공부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둘째는 교대를 뜨려는 사람들이다. 힘들어지는 임용과 더불어 저출산으로 인한 직업 자체의 어두운 전망,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월급, 심각한 교권 침해로 인해 교대를 떠나 다른 진로를 찾아가려는 것이다. 내가 교대에 입학한 이래 이렇게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한 적은 없었다. 현재 교대가 마주한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교대 신입생 정원 줄여야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교대 신입생 정원을 줄이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초등 교원을 양성하는 학교는 전국 10개 교대와 더불어 초등교육과가 있는 이화여대, 제주대, 교원대다. 이 13개 초등 교원 양성 기관의 총 입학 정원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380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곧 매년 그만큼의 교원 자격증을 지닌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음을 뜻한다.

교대가 신입생 수를 더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의 독립된 대학으로서 운영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가까운 교대 끼리 합병을 하거나, 인근 국립대의 초등교육과로 편입하는 방식으로라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교대 정원 감축으로 불러올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낮은 출산율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필요한 초등교사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정부의 무책임한 교사 선발 인원 책정의 후폭풍은 온전히 교대생의 몫이었다. 2010~2012학번이 응시한 2014~2016년도 초등 임용 서울 선발 인원은 무려 900명가량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교사를 펑펑 뽑아 놓고는 아차 싶었는지 2021년도에는 200명대 후반, 2022년도에는 200명대 초반으로 뚝뚝 떨어지더니 2023년도 서울 선발 인원은 간신히 100명을 넘겼다. 최근 몇 년간의 졸업생은 교대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했던 중고등학생 때와 비교해 임용 고시생이 되었을 때의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초등학교 교사로 정식 발령이 나는 길은 임용고시 합격뿐이다. 졸업과 함께 주어지는 2급 정교사 자격증으로는 기간제(비정규직) 교원의 자격만 주어진다. 앞으로 교사 선발 인원이 더 줄어들 전망임에도 신입생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교대는 초등 교원 양성 기관이 아니라 ‘기간제 교원 양성 기관’, ‘임용 n수생 양성 기관’이 되고 말 것이다.

2.25대 1의 전국 초등 임용고시 경쟁률을 두고 누군가는 낮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 임용고시는 교대라는 특수목적대학의 학생들이 응시한다. 오로지 교사가 되기 위해 4년을 공부했는데 반 이상이 시험에 탈락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간호대 학생들이 응시하는 간호사 국가고시가 상대평가인데, 합격률이 50%도 안 되는 것과 같다. 교대생에게는 심각하게 다가오는 경쟁률이다. 지금부터라도 교사의 꿈을 안고 입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

교대생 중 반수 인원이 늘어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교대의 인기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때 경기 침체로 인한 공무원 수요의 급증과 안정성,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인기의 정점을 찍었던 것도 과거의 영광이 됐다. 졸업생 대부분은 교대 입학 경쟁률이 이렇게 하락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대학 및 초등교육과의 입학성적은 늘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 2023년도 대입에서 전국 10개 교대는 사실상 미달 수준이었으며 입결 하락이 상당했다.
지난 4월 24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뉴스1


교직에 뜻 둔 사람 위한 교대 돼야


물론 좋은 초등교사가 되는 데에 입학시험 결과(입결)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원 미달로 추가 합격이 돌고 돈 끝에 꼬리 점수가 턱없이 낮아지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초등교사 수요가 낮아짐에 따라 교대를 희망하는 학생 또한 줄어드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교대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진심으로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실히 공부한 학생들은 일부일 뿐 교직에 큰 뜻이 없이 그냥 지원했는데 얼떨결에 합격한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다.

나는 교대 재학 중 좋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포부가 가득한 학생들을 많이 만났으며, 그들을 존경한다. 그런데 최근 교대의 입결 하락을 강조하는 언론 기사들과 사람들의 반응으로 봐서 교대의 이미지가 많이 타격을 받은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사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싹들을 가르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교대는 열정적으로 교육 전문성을 키워가는 예비 교사들이 모인 집단인데 교대와 초등교사를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될까 걱정이다.

나는 그저 한 명의 교대 졸업생에 불과하며, 나의 주장이 결코 하루 이틀 만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교대와 초등교사라는 직업에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교대생들의 요구를 작게나마 사회에 전달하고 싶다. 현재의 교육대학은 정부와 교육부의 선발 인원 감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하며 대책을 강구하지도 않아, 초등교원 양성이라는 존재 의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교대 입학정원 감축을 통한 임용 경쟁률 해소와 교대 이미지 회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누리보듬(필명) 서울교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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