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넘은 車 브랜드는 어떻게 젊은층을 파고들까

최대열 2023. 6. 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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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관 더하우스오브지엠 가보니
"브랜드 헤리티지에 트렌디함 더할 것"
1968년 커스터마이징 임팔라 눈길
車문화 저변 넓은 미국 브랜드 강조

1900년 GMC, 1902년 캐딜락, 1911년 쉐보레.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자동차 브랜드가 시작한 해다. 모두 100년을 훌쩍 넘겼다. 오래된 브랜드는 양날의 검이다. 후발주자나 신생 메이커는 갖기 힘든 유산(헤리티지)을 든든한 뒷배로 삼을 수 있지만, 반대로 낡고 고루한 인상을 줄 가능성도 무시하기 힘들다. 다른 어떤 제품군보다 젊은 고객의 유입을 바라는 완성차 브랜드로선, 무턱대고 활용할 만한 자산으로 보기 힘든 배경이다.

유서 깊은 브랜드를 가지면서도 아직 ‘국산차’ 인상이 짙게 배어있는 한국GM이 고민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웬만한 완성차 메이커보다 오래된, 그리고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우리나라에서도 튼튼한 차, 미국적인 차라는 점을 널리 알렸으나 중장년층에겐 과거 대우 시절과 엮은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정체성에 관해선 다소 어수선한 인상을 주곤 했다.

더 하우스 오브 지엠 내부. 1962년식 임팔라 커스터마이징 모델<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지난달 서울에 문을 연 ‘하우스 오브 GM’은 이러한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정정윤 한국GM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브랜드 재정립은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며 "(브랜딩 전략이) 뻔하면 안 되고 의외의 요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과감함, 자신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정윤 한국GM 최고마케팅책임자가 1962년식 임팔라를 커스터마이징 한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어 "제품에 관해선 타협하지 않는다는 가치를 120년간 지켜왔다는 걸 고객이 점차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브랜드 정체성에도 트렌디함을 계속 녹여나간다면 팬덤이 생기면서 MZ세대, 나아가 비슷한 취향을 지난 40~50대 고객과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밖에서 본 더하우스 오브 지엠. 아치형 창틀은 GM의 첫 공장 팩토리원에서 따왔다.<사진제공:한국GM>

서울 강남 한복판, 눈길을 조금만 돌리면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한 곳에 자리 잡았다. GM이 새로 마련한 공간도 직전에도 다른 수입차 브랜드가 전시장으로 쓰던 곳이라고 한다. 외관은 GM이 과거 처음 운영했던 공장, 팩토리원의 아치형 창문을 그대로 본떴다. 사심 없이 길을 걷다가 무심코 방문할 수 있도록, 1층은 밝고 개방적인 인상을 준다.

입구에 들어서면 1962년식 임팔라를 화려하게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 한 차량이 눈에 띈다. 연한 에메랄드 색상으로 차량 곳곳에 도금한 듯한 포인트를 준 게 특징이다. 차량 커스터마이징을 전문적으로 하는 서우탁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서씨가 평소 미국 문화를 좋아하는 점을 반영, 실내에는 나이키 신발과 야구 배트를 일부러 뒀다고 한다. 한국GM이 만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바로 옆쪽에 전시돼 있다. 미국에서는 수요가 많지만 아직 국내에선 고객에게 인도하지 않은 피스타치오 카키 색상 모델이다. 벽면은 화려한 LED 영상이 나온다.

더 하우스 오브 지엠 실내 한쪽에 마련된 업사이클링 브랜드 컨티뉴 체험공간<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1층 안쪽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컨티뉴와 협업, 차량의 폐자재를 활용한 소품 제작이 가능한 공간이 있다. 아이가 있는 가족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해 참여 가능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GM의 과거 역사를 간단한 설명과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영상물이 나온다. 차량 디자인을 전담으로 하는 부서를 가장 먼저 뒀다거나 자동변속기를 가장 먼저 적용하는 등 자동차 산업에서 GM의 발자취를 알 수 있다.

2층은 개방적이면서도 때에 따라 폐쇄적인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암막 커튼이 있다. 올해 초 국내에 출시한 GMC의 고가 픽업트럭 시에라는 온라인으로만 구매 가능한데, 이곳에선 시승해볼 수 있다. 고객 경험 전문가인 도슨트 직원이 차량 구매를 도와주기도 한다.

더 하우스 오브 지엠 2층 실내. GMC의 픽업트럭은 이곳에서만 시승이 가능하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차량 전동화,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아지면서 개별 브랜드 차원이 아닌 브랜드 전반을 한 데 아우르는 마케팅도 필요해졌다. 가령 GM 산하 브랜드가 공통으로 적용하는 전동화 플랫폼 얼티엄이 그런 대상이다. 기업 차원의 중장기 전략으로 꼽는 트리플 제로(탄소배출·사고·교통체증)도 마찬가지다.

윤명옥 한국GM 전무는 "과거 GM이라는 기업 브랜드가 각 제품 브랜드에 큰 도움이 안 됐으나 이제는 전환을 주도하는 브랜드를 지향하고 미래에 집중하면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CMO는 "진정한 미국 브랜드로서 다른 곳이 갖지 못한 우리만의 가치가 있다"며 "멀티 브랜드 전략 아래 각각의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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