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농구·아시안컵 축구 ‘술판’ 땐 자격정지

박린 2023. 6.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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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에 음주해 논란을 빚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철원(두산), 김광현(SSG ), 이용찬(NC). 연합뉴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에 일본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셔 물의를 빚은 야구대표팀 김광현(SSG)과 이용찬(NC)·정철원(두산)이 사회봉사 40~80시간, 벌금 300만~5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KBO는 이들과 대면조사를 거쳐 지난 7일 징계를 내렸다. 국가대표로서 품위를 손상했지만, 출장 정지를 내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이동일과 경기 후에 술집에 간 건데, 범죄자 취급하는 건 과하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 대회 기간에 술을 마신 사례는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 경우는 다르지만 1970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동반 우승한 농구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당시 숙소 앞 음식점에서 7대7로 술 마시기 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내기 끝에 축구 선수들이 술에 취해 줄줄이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당시 농구대표팀 박한은 “우리는 이제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며 거뜬히 일어섰다고 한다.

스포츠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더는 자랑스러운 무용담이 될 순 없다. 잊을 만 하면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나가 술판을 벌이는 ‘흑역사’를 이제는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2007년 인도네시아 아시안컵 대회 기간엔 축구 대표팀 이운재와 우성용·김상식·이동국이 팀을 이탈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선수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눈물을 흘리면서 사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 선수 자격 정지 1년 및 출장 정지 2~3년의 징계를 내렸다. 농구 대표팀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에 한인 타운에서 밤새 술을 마셔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허재와 정재근은 각각 6개월과 3개월 자격 정지를 받았고, 이상민과 현주엽도 3개월 근신 처분을 받았다. 선수단 관리 소홀로 최인선 감독에게 6개월 자격 정지가 내려졌다.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웨인 루니는 2016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승리한 당일 밤부터 새벽까지 파티를 벌여 논란이 됐다. A매치 기간에 만취한 루니가 여성 2명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영국 매체를 통해 공개됐고, 결국 루니는 팬들에게 사과했다.

7일 상벌위가 열린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회관. 뉴스1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가 음주 사고를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음주 소란 행위로 중대한 사회적 폐해가 야기된 경우 1년 이상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가 내려진다. 우발적이거나 경미할 경우 견책이나 감봉을 받게 된다. 월드컵 등을 치르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나 지도자가 훈련 규범을 지키지 않을 경우 대한축구협회 운영 규정상 공정위원회로 넘겨져 자격 정지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반면 WBC와 프리미어12 등을 치르기 위한 야구 국가대표 소집 기간에 음주 등 부적절한 행동이 발생하더라도 KBO는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 KBO는 “국가대표 운영 규정을 세분화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학과 교수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운동선수가 대회 기간에 음주를 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규정을 만들고 징계를 강화한다고 해서 음주 사고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운동선수들의 경우 단합 차원에서 젊을 때부터 음주 회식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술을 마시는 회식 문화를 재고해봐야 한다. 어릴 적부터 팀 빌딩 액티비티 프로그램으로 대처해야 한다. 선수 스스로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일탈의 심각성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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