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정부·한수원 '일방통행'에 제동 걸었다

김형호 2023. 6. 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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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원전 수명연장 움직임, 핵폐기물 저장소 신축 결정에 '바닷물 사용권 단 2개월 연장' 초강수

[김형호 기자]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 전경. 1986년 상업 운전에 돌입한 한빛 1호기부터 6호기까지 모두 6기의 원전이 있다. 이들 원전은 2025년 한빛 1호기부터 순차적으로 40년의 설계 수명(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 한국수력원자력
윤석열 정권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등에 업고 노후원전 수명연장 추진, 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신축 결정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온 원전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한수원이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필수적인 냉각수 확보를 위해 한빛원전 주변 해역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10여년 연장 신청했는데, 허가권을 쥐고 있는 전남 영광군이 역대 최단기인 단 2개월만 연장해 준 것이다.

한수원 측은 원전 소재 타지역은 10년 이상 혹은 무기한 사용허가를 내주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영광군은 군의회 기류와 지역주민 정서는 "불허가 처분"이라며 "주민 우려를 불식할만한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8일 영광군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 한빛원자력본부는 지난 4월 발전소 주변 공유수면 6만8614㎡를 2042년 7월까지 19년 2개월간 사용하게 해달라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영광군청 전경
ⓒ 영광군
군은 오는 7월 22일까지 단 2개월간 허가를 연장하는 처분을 지난 5월 내렸다.

군은 당시 허가를 갱신해 주면서 설명회 등을 열어 한빛원전에 대한 주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처를 취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2000년대 들어 군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4년까지 원전 주변 공유수면 점사용권을 연장해줬으나, 2개월 연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원전사업자 한수원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군은 이런 조치 배경에 원전 사업자에 대한 지역사회와 군의회의 강한 반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한수원은 올들어서 한빛원전 부지 지상에 사용후 핵연료 저장 시설 신축을 결정한 데 이어, 노후원전으로 분류되는 한빛 1, 2호기의 수명연장 방침을 확정짓고 관련 준비를 진행 중이다.

40년의 설계수명(허가기간) 만료를 앞둔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발전소 가동을 이어가려는 작업이 지역사회와의 논의 없이 일방 추진되고 있다고 주민들은 지적한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폐쇄 초읽기에 돌입했을 노후 원전이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가동 연장 수순을 밟는 데 대한 불만과 혹시 모를 사고 우려가 뒤섞여 있다.
 
 한빛원전 고준위핵폐기물 영광군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전라남도 영광군 한빛원전 앞에서 정부와 한수원의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신축 결정' 철회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한빛원전 고준위핵폐기물 영광군공동대책위
사용후핵연료 지상 건식저장시설 신축 역시 마찬가지다.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 저장을 위한 추가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원전 부지에 신축하는 결정도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한수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실상 일방적으로 확정한 점을 지역사회는 문제 삼는다.

한수원 측은 신축될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은 정부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대로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활용되며, 시설 용량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건설된다고 설명하지만, 지역사회는 이를 불신한다.

임시 저장시설이 아니라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현재 원전 운영국 어디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곳이 없고, 국내적으로는 1978년 부산 고리 원전 1호기 가동 이후 40년이 넘도록 역대 모든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입지 선정조차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사용후핵연료가 최소 10만년 이상 인간과 격리해야 될 만큼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다는 점에서 원전 가동에 더해 위험물질까지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한빛원전 5-6호기 사용후핵연료 습식 저장시설. 이르면 2030년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물탱크)가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전라남도 영광군 한빛원전 부지 지상에 건식저장시설 신축을 결정,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 독자제공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이 펴낸 '2022년 원자력발전백서'에 따르면 원전 운영 34개국 가운데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확보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현재 없다.

이러한 점을 들어 군의회는 최근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심사 과정에서 군에 "불허가 처분을 내리라"는 공식 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임영민 영광군의원은 "원전 운영 과정에서 잦은 사고는 물론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방통행을 이어간데 대한 지역사회 반발감이 크다"며 "지역주민 정서를 반영해 의회가 군의 결정에 최대한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빛원전 측은 '공유수면 2개월 사용 연장'이라는 군의 허가 처분에 대해 원전 소재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타지역 원전의 경우 경북 울진 한울원전은 영구적으로 허가를 받았고, 경북 경주 월성원전과 부산 고리원전, 울산 울주 새울원전은 15년씩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한빛원전 측은 공개 반발은 삼가고 있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발전소 주변 해역 2개월 점사용 허가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도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그동안 쌓였던 오해를 해소한 뒤 공유수면 점사용 재허가 신청서를 군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12월 29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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