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28㎓ 5G' 손떼자…장비사 '한숨'

남궁경 2023. 6. 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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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28㎓ 대역 주파수 반납
중소 제조사 비용 만회 기회 상실
"28㎓주파수, 6G 초석···놓치지 말아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KT 로고(왼쪽 상단부터). ⓒ연합뉴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반납 후폭풍이 업계 안팎에서 불고 있다. 통신사 외주를 받아 기지국 유지·보수를 하던 중소기업은 일손을 놀리게 됐고, 28㎓ 대역 전용 칩 개발을 위해 투자한 기업은 수억원대의 비용을 홀로 감당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8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5G 28㎓ 기지국 장비를 모두 '폐국'처리했다. 폐국은 통신사업자가 미운용하는 장비를 종료하는 행정 절차로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해당 대역대 주파수 할당 취소를 받은데 따른 결정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주파수 사용이 불가능한 데다 28㎓ 기지국의 경우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없어 폐국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최종 할당 취소 통보를 받은 SK텔레콤은 아직까지 장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종 할당 취소를 받은 만큼, SK텔레콤의 해당 대역대 장비 철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거가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 28㎓ 대역 기지국 등 설치 이행률을 점검한 결과 당초 할당 조건에 미치지 못했다"며 SK텔레콤에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 KT와 LG유플러스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각각 통지했다. 이들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28㎓ 대역 기지국 장치 1만5000개를 세웠어야 했지만, SK텔레콤은 1605개, KT는 1586개, LG유플러스는 1868개 등을 구축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28㎓ 대역을 정부에 반납했고,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해당 대역 할당 취소를 최종 통보받았다. 아직 28㎓를 백홀로 활용하는 '지하철 와이파이'가 남긴 했지만, 사실상 통신3사 모두 28㎓ 대역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5G 28㎓ 대역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빨라 '진짜 5G'라고 불리는 대역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3.5㎓보다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 거리가 짧아 B2C(소비자간거래)보다는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 B2B(기업간거래) 등에 사용된다.


다만 장애물 통과가 어렵고 도달 거리가 짧아 전국망 용도 사용이 어려운 게 한계로 꼽힌다. 특히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28㎓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없는 데다 투자 비용도 크다는 문제도 있다. 통신3사 모두 해당 대역을 포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28㎓ 대역 포기에 대해 "통신사가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과적으로 투자가 미비했던 통신사 때문에 제조사, 장비 납품업체, 중소기업, 국민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 상황"이라 지적했다.


실제 통신3사 28㎓ 기지국 장비에 제품을 공급하던 휴컴도 다소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이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밀리미터웨이브(28㎓)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앞서 휴컴은 지난 2020년부터 퀄컴 28㎓ 지원 칩 'sdx65'에 대한 라이선스 획득을 위해 선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수억원에 이르는 선투자 규모가 부담이긴 했지만, 총 3323억원이 투입되는 5G 정부망 사업(2024년)에 따른 수익을 기대했다.


하지만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모두 28㎓대역을 포기하면서, 해당 칩셋은 '서브-6’ 영역에서 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공급처가 제한되다 보니 자연스레 예상 매출도 낮아졌다. 백운혁 휴컴 대표는 "28㎓ 경우 지하철 망 등 우리가 국내에서 사업을 가장 많이 했다"면서 "(통신사) 28㎓대역 반납 이후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지금 (사업적으로)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8㎓이 완전한 솔루션은 아니지만, 6G로 가기 위한 초석이기 때문에 이 기술을 포기하는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신3사 최대 장비 고객사인 삼성전자도 장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통신3사의 의뢰를 받아 28㎓ 대역 장비를 만들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사가 28㎓ 대역을 포기하면서, 기존 의뢰대로 만든 장치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통상적으로 기지국 장치는 통신사 요구사항대로 설계되기 때문에, 용도 변경이나 제2 사업자에게 공급이 불가능하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현재 28㎓ 대역에 대해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 중이다. 이달 내 28㎓ 대역 할당 공고와 주파수 할당 세부 내용을 발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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