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과 함께하는 김선형 “SK가 노인즈? MVP가 둘이나 있는데?” [KBL]
“MVP가 둘이나 있다. 그러면 그게 답이 아닐까요?”
서울 SK 구단은 8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오세근과 김선형의 합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FA) 신분을 획득한 오세근은 지난 5월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7억5000만원(연봉 5억5000만원)의 조건에 SK로 이적했다.
김선형과 오세근의 재회에 농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10년도에 중앙대의 52연승 신화를 쓴 김선형과 오세근은 프로 무대에서는 라이벌로 서로를 조우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세근은 전체 1순위로 안양 KGC에 입단했고, 2순위로 김선형이 서울 SK 유니폼을 입었다.
김선형은 중앙대 시절을 돌아보며 “항상 20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뛰었다. 그러지 못하면 감독님에게 혼났다”라고 전했다. 오세근 역시 “즐거웠던 기억 밖에 없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좋은 시너지가 났다. 주위에 여러 선수들이 잘해줬지만. 선형이랑 같이 하면서 늘 재밌게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입단 후 지난 시즌까지 각자의 소속팀에서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오세근은 KGC의 첫 우승을 비롯해 통산 4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MVP 1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 등의 커리어를 쌓았다. 김선형 역시 2번의 우승, 정규리그 MVP 2회, 파이널 MVP 1회의 기록을 올렸다.
특히 두 선수는 최근 2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1승 1패. 2021~2022시즌에는 SK가 KGC를 꺾었고, 전 시즌에는 오세근의 KGC가 SK를 물리친 바 있다.
지난 챔피언결정전을 두고 두 선수는 “1차전부터 말도 안되는 ‘개똥슛(김선형의 플로터)’이 다 들어갔다. 정말 기분이 개똥 같았다(웃음)”라면서도 “김선형을 막으려고 많은 방법을 연구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7차전에서 활약은 말이 안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선형은 “항상 제일 중요한 순간 득점, 리바운드, 3점슛, 어시스트가 (오)세근이 형 손에서 이뤄졌다. 리스펙했고, 이기고 싶었다. 동기부여를 받아서 시리즈 내내 좋은 경기를 보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여전히 KBL에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지만, 나이에 따른 경기력 저하 등 세간의 의구심을 받고 있다. 어느덧 두 선수 모두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이제 40분 가까이 경기를 소화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SK에서 전주 KCC로 이적한 최준용이 불을 붙이기도 했다. 최준용은 지난달 22일 KCC 입단 기자회견에서 “내가 있는 팀이 무조건 우승후보”라며 “내가 나왔기 때문에 SK는 우승후보가 아니다. KCC가 우승후보다. SK는 ‘노인즈’다”고 저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선형은 “우리 팀에 정규리그 MVP(김선형), 파이널 MVP(오세근)가 다 있다. 최근에 드라마 ‘더 글로리’를 봤는데 ‘언제까지 어려? 내년에도 어려?’라는 명대사가 있다”라면서 “노인즈에 MVP 2명이 다 있는 게 답이 아닐까 싶다. 5년 동안 동료로 뛴 팀원들에게 노인즈라고 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한다. 팬들과 동료들이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LG와 플레이오프 때는 SK 가드진을 두고 ‘마네킹즈’이라고 하기도 했다. 내가 오히려 받아들이고 재미로 하는 게 프로 스포츠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노인즈든 마네킹이든 뭐든지 다 받아줄 의향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세근은 “물론 추억만 회상하기엔 나이가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나이가 있지만 그런 걸 다 떠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부터 제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선형은 다음 시즌 SK의 라인업이 강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자밀 워니랑 내가 원투펀치 였는데, 세근이형이 드러오면서 워니가 포스트업을 할 때 3점과 스페이싱을 벌릴 수 있다. 세근이형과 2대 2 픽 플레이를 할 수 있기에 축이 하나 더 생겼다”라면서 “여기에 전역하는 안영준까지 들어온다면 이상적인 라인업이 될 수 있다.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오세근 역시 “시즌이 들어가기 전까지 몸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당장 몇 분을 뛰겠다고 말하는 건 어렵겠지만, 감독님께서도 (최)부경이와 반반씩 뛰면서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가 오래 뛰기를 바라셨다”라면서 “나 역시 동의한다. 아직 재활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몸상태를 끌어올리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강남=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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