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칠승 해결되니 장경태가…'민주당 지도부'로 옮아가는 천안함 리스크

김민석 입력 2023. 6. 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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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장 낯짝' 논란에 장경태 野 최고위원
"지휘권 대한 책임감 느꼈으면 좋겠다" 발언해
당내에서도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격" 비판 고조
박지원 "지도부, 왜 검증 안했나…당나라 군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천안함 함장 비하 발언에 대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에게 사과 발언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왼쪽)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자진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촉발시킨 '천안함' 논란이 민주당 지도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당내에선 현 지도부가 '이재명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이재명 대표의 사퇴뿐 아니라 전 지도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분출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에 나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현충일 추념식 종료 후 이재명 대표에게 찾아와 항의한 것을 두고 "대통령 경호처에서 초청했는지 아니면 국가보훈부에서 입장을 허락했는지 모르겠는데 어찌 됐건 펜스 밖에 지방의원과 여러 초청 인사들이 있고, 유가족들도 그 펜스 밖에 앉아 있었다"며 "저 자리에 최 전 함장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장 최고위원의 발언을 겨냥해 "영결식장에서 상주에게 '여기 어떻게 들어왔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며 "현충일 추념식의 주인공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가유공자"라고 장 최고위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장 최고위원과 얽힌 '설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장 최고위원은 앞서 최 전 천안함장의 이 이사장 혁신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냐.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막말해 논란이 된 권칠승 수석대변인을 옹호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권 대변인은 지난 7일 천안함 유가족에게 유감을 표명했고, 이날(8일)엔 최 전 천안함장을 만나 직접 사과할 예정이다.


장 최고위원은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기자들이) 따라붙는 과정에서 그냥 혼잣말 이렇게 하신 걸로 이해하고 있다"며 "지휘관으로서의 어떤 책임감을 좀 느끼셨으면 좋겠다. 어찌 됐던 소중한 장병들의 정말 숭고한 희생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 정말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런 발언이 조금 혼자 강경하게 나온 것"이라고 권 수석대변인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또 그는 "공식 브리핑은 아니었다는 말씀과 더불어서 어찌 됐건 군인이라면 경계에 실패하거나 침략을 당한 것도 책임이 결국 있다"며 "예를 들면 탈영병이 발생했거나 북한 군인이 DMZ를 넘어왔다면 그 지휘관은 보직해임이 된다. 그러니까 지휘권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장 최고위원과 권 대변인에게서 그친 것이 아니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에 나와 "권 대변인은 천안함이 북한 피격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100% 생각한다고 보고 있다. 당연히 이 사실을 모두에게 다시 강조하고 발언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이런 바탕 위에서 지휘관의 책임과 겸허함도 이야기했더라면 오해를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오해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장 최고위원이나 서 최고위원의 발언은 권 수석대변인이 사죄하기 전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서는 안 될 발언"이라며 "같은 아픔을 겪고 계실 분들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장경태 최고위원이 발언 중에 상영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심장병 환아 방문 사진을 놓고 제기됐던 '조명 설치' 의혹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 최고위원의 발언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장 최고위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또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해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프놈펜의 14세 환아의 집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를 두고는 '빈곤 포르노'라고 말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의 발언이 리더십 논란을 겪고 있는 이재명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단 점이다. 이 대표는 현재 '돈봉투·김남국 사태'에 이어 이래경 사태까지 겪으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에 이 대표는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등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도 이 대표는 자신에게 의혹이 불거졌을 경우 정부·여당을 향한 다른 이슈를 가져와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이 과정들은 최고위원들이 제기한 이슈에 이 대표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빈곤 포르노' 사건이다. 장 의원은 지난 4월 26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관련 영상까지 틀며 "이처럼 그림자가 아른거려도 대통령실은 '조명이 없었다'며 나를 고소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육안으로 봐도,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조명을 사용한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보니까 조명 같은데 나도 고발하길 바란다. 조명 쓴 것 같다"고 호응했다.


당시 이 대표는 돈봉투 사건으로 수세에 몰려있었고, 당일에는 꼼수탈당으로 당을 나갔던 민형배 의원을 특별복당 시키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즉, 이 같은 상황으로 자신을 향한 비판이 고조될 수 있는 만큼 장 최고위원의 발언에 동조해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이 대표의 전략을 향한 당내 비판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에 나와 "대표로서 무한정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 방도로서 당대표직 사퇴밖에 없다"며 "이 대표 앞에서 아무 소리 못하는 맹종 세력이 득실거리고 국민의 민심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정치 집단으로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것을 극복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이 단순히 이 대표에게 있는 것만이 아니라 지도부 전체에게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MBC라디오에 나와 "똑똑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한테 하루 전날 (이래경 혁신위원장 선임) 통보받았다. 그날 밤 SNS 검색 한 번만 해봤어도 '천안함 자폭' 발언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왜 검증 안했느냐"며 "발표할 때까지 아무 소리 안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이재명 책임이 있다? 모든 걸 대표한테 책임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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