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학 올림픽 'ASCO' 국내 연구진 활약 빛났다
면역항암제는 다양한 암종에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법의 하나로 인체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증대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박숙련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올해 ASCO 임상과학 심포지엄(Clinical Science Symposium)에서 면역항암제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인 환자의 대변을 면역항암제 내성 환자에게 이식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총 13명의 고형암(간암, 위암, 식도암) 환자에게 대변을 이식한 결과, 1명의 암 크기가 매우 감소하고 5명의 암 크기가 안정화돼 대변이식술의 임상적 효과 및 항암 면역 활성화 효과가 확인됐다. 박 교수는 “본 연구는 추후 고형암에서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 가능성을 임상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장내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담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환자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경향이 있어 항암제를 추가할 때 생존기간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에 유창훈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수술이 불가한 국소 진행성 혹은 전이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항암치료에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이 추가됐을 때,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이 어떠한지 평가, 분석한 결과를 구두로 발표했다. 젬시타빈(Gemcitabine)+시스플라틴(Cisplatin)+펨브롤리주맙 3제 요법과 젬시타빈+시스플라틴+위약을 비교한 3상 임상의 하위 분석 연구 결과, 펨브롤리주맙을 추가했을 때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은 위약군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이번 분석을 통해 젬시타빈+시스플라틴+펨브롤리주맙 요법은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을 개선하는 효과와 함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고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펨브롤리주맙을 포함한 3제 요법이 담도암 환자의 1차 치료의 표준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위암분과 위원장인 라선영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는 이번 ASCO에서 HER2 음성, 진행성 및 전이성 위암의 1차 치료에서 세포독성항암제 2제 요법에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을 병용했을 때의 효과를 확인한 다기관, 다국적, 이중맹검, 3상 임상연구에서 PD-L1 발현에 따른 하위그룹 분석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장 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뿐만 아니라, 종양 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김재준 교수(양산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이번 ASCO에서 종양 내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을 받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반응 차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분석은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인 GEO(Gene Expression Omnibus)와 TCGA(The Cancer Genome Atlas)에 등록된 종양 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와 임상정보를 바탕으로, 선행항암요법 후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군과 그렇지 못한 환자군의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약제에 대한 반응과 연관성을 보이는 여러 마이크로바이옴을 찾을 수 있었고,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들이 종양 주위의 면역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삼중음성 유방암의 선행항암요법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임상현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원격전이가 없는 국소진행성 위암에서 국내 표준치료법은 근치적 절제술을 먼저 진행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발표된 국내 다기관 3상 PRODIGY 임상연구에서, 수술 전에 먼저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고 이후 수술 및 보조화학요법을 하는 것이 선행화학요법 없이 수술과 보조화학요법을 하는 것보다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을 유의하게 연장함이 확인됐다. 강윤구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올해 ASCO 포스터 발표를 통해 본 연구의 마지막 환자 등록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이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또한 유의하게 연장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국소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표준치료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홍민희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는 1, 2세대 EGFR 표적치료제 사용 후 중추신경계 내 질병 진행을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3세대 EGFR 표적치료제인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두개 내 효능을 평가한 다기관, 2상 임상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6개 기관에서 총 40명의 환자가 등록됐으며, 1차 평가변수는 두개내 반응률(Intracranial Response), 2차 평가변수는 두개내 무진행생존율(Intracranial PFS), T790M 돌연변이 음성 환자의 두개내 반응률, 전체 반응률, 전체 질병조절률, 안전성 등이었다. 연구 결과, 레이저티닙을 복용한 환자군은 1차 평가변수를 만족했다. 또한 연구 참여자의 대다수를 차지한 T790M 음성 환자와,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연수막 전이 환자에서도 우수한 두개내 반응률을 보였다.
홍 교수는 “레이저티닙은 기존 EGFR 표적치료제 치료에 실패한 뇌전이 환자에게서 T790M 변이 상태와 관계없이 상당한 중추신경계 활성(CNS activity)을 보였다”며, “이는 1, 2세대 표적치료제 사용 후 중추신경계 전이가 진행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국소 치료 대신 레이저티닙을 사용하는 것이 유효한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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