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4호선 전철 끝까지 가면 만날 수 있는 풍경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이상헌 기자]
수도권 전철 4호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수락산은 서울의 최북단에 자리하여 위로는 경기도 의정부시와 남양주시에 걸쳐 있으며 남으로는 불암산과 이어진다. 수락(水落)산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멋드러진 계곡과 기묘한 바위를 타고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산책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 수락산 산책 루트 지도. 학림사에서 귀임봉을 거쳐 수락산 보루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 |
ⓒ 이상헌 |
학림사 경내로 들어가기 전 오른편 계단 위에는 늘어진 소나무 사이로 약사전이 자리하고 있다. 소박한 돌부처를 안치해 놓았으니 빼놓지 말고 둘러볼 일이다. 학림사는 상당히 규모가 큰 나한도량으로서 가지각색의 표정과 몸짓을 한 오백나한이 봉안되어 있다. 108계단을 따라 해탈문으로 들어서면 사찰 마당의 한 가운데에 미륵불이 서 있고 자태가 늠름한 노송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학림사에서 초의와 추사의 첫 만남
학림사는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가 평생의 인연을 맺은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이곳에는 선종과 교종 모두에 통달하여 총림의 으뜸이었던 해붕(海鵬)대사가 잠시 머무르고 있었다. 다재다능했던 그는 범패와 바라춤, 탱화, 범어에도 능했으며 한국 전통 다맥(茶脈)을 이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 학림사. 연등과 고목, 전각이 어우러진 학림사 경내. |
ⓒ 이상헌 |
50대에 이른 초의선사가 일지암에 머무르고 있을 때에는 소치(小痴) 허련(許鍊)이 찾아와 가르침을 받았다. 초의는 그를 김정희에게 보내어 사사토록 하였고 당대의 지식인들과 폭 넓은 교류를 하도록 이끈다. 훗날 허련은 화가로서 대성하여 헌종 임금의 초상을 그리게 된다.
우리나라 차문화를 집대성
다산 정약용과의 교류도 빼 놓을 수 없으니 그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인연을 맺었다. 정약용은 귀양살이를 하면서 백련사 주지 혜장(惠藏)스님을 통해 불교를 접했고 차에 대한 식견과 토대를 넓힐 수 있었다.
▲ 초의와 추사의 만남에 나온 이것... 일상다반사랍니다 ⓒ 이상헌 |
한국 전통 다맥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인도의 공주 허황옥이 금관가야로 시집을 오면서 차를 가지고 왔다고 전한다. 차는 정신을 맑게 해주므로 왕실과 불가의 수행자를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삼국유사에 이르기를 당시의 신라인들은 말차(가루차)를 널리 애음하여 '차를 밥먹듯 한다' 하여 '일상다반사'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는 차살림이 가장 융성하였으며 조선에 와서는 차례(茶禮)로 발전한다. 이후 숭유억불의 정책으로 차문화가 쇠퇴함에도 다맥을 전승하여 온 인물이 해붕대사와 다산, 초의선사다. 추사는 수시로 초의선사에게 서신을 보내 차를 보내달라고 청했으며 답례로 일로향실(一爐香室)이란 편액을 써서 보냈다.
한자를 풀어내면 '화로 하나 있는 향기로운 다실' 이란 뜻이며 송달 임무는 당연히 소치가 맡았다. 추사의 글씨는 오늘날 두륜산 대흥사 천불전에 걸려있다. 김정희에 관해서는 본 연재 46화(청계산 오르기 전 추사 김정희를 알고 가면 좋습니다)에서 살펴봤다.
▲ 수락산 보루. 금계국이 피어난 수락산 보루의 청명한 하늘. |
ⓒ 이상헌 |
이번 산책길에서 가장 경치가 볼만한 코스가 학림사에서 수락산 보루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우측으로는 도봉산과 북한산이 병풍처럼 자리하고 서편으로는 불암산이 호응하고 있다.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하면서도 좌우에 시립한 산세를 둘러보는 재미가 삼삼하여 지루할 틈이 없는 루트다.
▲ 귀임봉 아래 조망 바위. 수락산 중턱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수락산 보루와 서울 시내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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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산 노을. 수락산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도봉산의 석양. |
ⓒ 이상헌 |
수 년에 걸쳐 지자체에서 복원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락산 둘레길 코스를 걸으므로 동네 주민들도 모르는 이가 상당수다. 보루를 등지고 왼편으로 내려오면 온곡초등학교이고 우측으로 빠지면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소로길을 따라 7호선 마들역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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