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B 속도 높이는 제약사들…케이캡 따라잡기 가능할까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을 두고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진출과 품목허가 신청에 나서고 있다. 기존 치료제보다 복용이 편리하다는 점 덕분에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5일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펙수프라잔의 임상 및 상업화 권리를 가진 미국 제약사 뉴로가스트릭스와의 독점권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대웅제약은 이와 동시에 북미와 유럽, 일본 등 대규모 시장에서 임상과 개발 진행이 가능한 다국적 제약사 여러 곳과 협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통해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빅마켓 진출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펙수프라잔은 대웅제약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물질로, 국내에서는 '펙수클루'라는 이름으로 치료제를 출시했다. 지난해 7월 국내에 출시된 펙수클루는 출시 첫해에만 외래 118억원의 처방 실적을 기록했다. 출시 4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셈이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칠레와 에콰도르 등 중남미 시장과 필리핀에서는 이미 품목허가를 받았고, 올해 중 품목허가 제출국을 20개국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P-CAB 시장 진입을 앞둔 업체들도 있다.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P-CAB 신약 출시를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P-CAB 계열 신약 '자스타프라잔'의 품목허가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7일 제출했다.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4년에 국내 출시될 전망이다. 앞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 3월 중국 제약사인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과 자스타프라잔에 대해 1억2750만달러(약 16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일동제약도 P-CAB 계열 신약 후보물질인 'ID120040002'의 국내 임상 1상에 진입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P-CAB 시장에서 가장 많은 처방실적을 내고 있는 제품은 2019년 출시된 HK이노엔의 '케이캡'이다. 국산 최초의 P-CAB 제제인 케이캡은 출시 이후 급속도로 매출이 늘면서 2021년에는 출시 3년 만에 처방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당시 국산 신약 중 단일 제품으로 처방액 1000억원을 달성한 건 케이캡이 최초였다. 지난해에도 케이캡의 원외처방 실적은 132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19.3% 증가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35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물 없이 입에서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을 출시하면서 제형 다양화에도 나섰다.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P-CAB 제제의 출시와 기술수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기존 제제 대비 복용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주로 처방된 프로톤펌프 억제제(PPI)는 식전 30분에 복용해야 하고 잠자는 중에도 위산이 분비돼 야간 속쓰림 증상을 유발했다. 반면 P-CAB 제제는 식사 시간과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고 약효도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위산 분비가 억제되면서 야간 속쓰림 역시 개선됐다.
이 같은 장점 덕에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분기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10%였던 P-CAB 제제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 4분기엔 14.2%까지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이 12.6% 성장한 걸 고려하면 P-CAB 제제의 판매량은 더욱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P-CAB 제제의 점유율이 늘면서 빠른 시간 내에 PPI 제제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보다 5년 먼저 P-CAB 치료제가 도입된 일본의 경우 2020년 P-CAB 치료제의 비중이 이미 30%를 넘어섰다. 일본은 다케다제약이 P-CAB 제제인 '다케캡'을 2014년 출시하면서 시장이 열렸다. 일본 시장에서 P-CAB의 시장점유율은 2030년에 44%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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