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평행선…김기현·이재명 만남, 무엇이 문제일까

TV토론 합의했지만, 여야 입장차
與 비공개 회동 전제, 野 공개 회동 주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남 자체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해놓고도 세부 내용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와 맞물려 있다.

김 대표는 공개 토론에 앞서 비공개 회동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대표는 굳이 비공개 회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두 대표는 TV토론 방식에 합의하며 만남이 빠르게 성사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열흘 넘도록 회동 방식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꾸 (회동) 형식을 이야기하는데 그 문제를 갖고 지금 몇 주가 지나고 있다"며 "당장 오늘 오후도 좋다. 국회 로텐더홀에 의자와 책상 하나만 놓고 만인이 보는 가운데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여야 대표가 비밀리에 만나 할 이야기도 있겠지만, 국민의 삶이 어려운 상황인데 특별한 현안도 없이 해결될 과제도 없는데 국민이 보지 않는 곳에서 비공개로 만나는 모양새, 노력하는 척을 보여주겠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민의힘이 제안한 비공개 회동을 재차 거절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꾸 대화는 안 하고 논쟁만 하자고 하니까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토론은 하는데, 여야 사이에 국정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별도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비공개 회동을 전제로 한 공개 토론을 거듭 주장했다.

김 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주장하는 이유는 공개 토론만 했을 경우 여야가 논쟁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끝날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공개 토론 형식의 특성상 대화보단 논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여야 협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여야 대화를 위해 마련한 자리가 정쟁의 공간이 되는 것은 부담이다.

이 대표 입장에선 공개 토론이 유리할 수 있다. 이 대표 자신이 토론에 능할 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통해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또 여야 대표의 만남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퇴 논란 등 민주당의 잇따른 악재 속에서 이슈를 전환할 기회이기도 하다.

여야가 대표 회동 방식을 놓고 샅바싸움을 이어가면서 김 대표와 이 대표의 회동이 이른 시일에 성사될 것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