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공실 없다” 美와 상반된 韓 오피스시장…기관들 ‘빌딩 투자’ 저울질
가치 하락한 빌딩 노리는 해외 '디스트레스트펀드' 빈손
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 상황 나빠 상업용 부동산 전반적 회복 더뎌
"요즘 광화문에 오피스 공실이 없습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는 달리 한국 오피스 빌딩 시장에선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 공실률이 하락하고 임대료가 상승하는 등 오피스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부동산 투자를 '올스톱'했던 금융회사·기관들이 주요 권역 오피스 빌딩으로 눈을 돌리면서 '투자 쏠림' 현상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상업용 부동산 전문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5월 서울시(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2.43%로 지난해 5월(2.8%)보다 0.37%포인트 줄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임대료·관리비 등 전용면적당비용(NOC)은 19만6597원으로 1년 전(19만2014원)보다 4583원(2.4%) 올랐다. 도심권역(CBD) 공실률은 1년 전 5.56%에서 지난달 4.03%로 1.53%포인트 감소했다. 전용면적당비용은 지난해 5월 19만1001원에서 올해 5월 19만3819원으로 2818원(1.48%) 늘었다. CBD 도심권역은 서울특별시 중구, 종로구 일대의 업무지구로 종각역~광화문역~서울역으로 이어지는 구역이다. 대표적인 빌딩으로는 광화문교보빌딩, 센트로폴리스, D타워 광화문, 센터원, 스테이트타워남산, 그랜드센트럴, 서울스퀘어, 그랑서울, 파인에비뉴, 시그니쳐타워 등이 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재택근무에서 정상 근무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형구 젠스타메이트 리서치&컬설팅본부 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한국에서 오피스 빌딩 수요와 가치에 대해서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재택근무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 한국에선 문화상 다 나와서 근무를 하고 있는 데다, 미국 오피스 빌딩은 공실률이 30% 정도 발생하면 가격에 바로 반영돼 시가평가에서 가격이 매입가 대비 뚝뚝 떨어지는 반면 한국은 공실이 좀 발생해도 부동산 가치가 그렇게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 빌딩을 대상으로 '줍줍'을 노리는 전문적인 '디스트레스트펀드(distressed fund)'가 조성되기도 한다. 이런 사태에 대비한 해외 펀드들이 한국 시장을 노려 지난해부터 자금을 모았지만 국내에서는 빌딩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탓에 디스트레스트펀드가 활약을 하지 못하는 사태도 관측됐다.
알짜 오피스를 중심으로 올 초부터 투심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형구 본부장은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기준 대출금리가 최저 2.4% 수준에서 현재는 6.5%까지 올라있다"라며 "대출금리가 3% 오르면 수익률은 4.5% 하락하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원하는 연간 6%의 배당수익률을 맞춰줄 수가 없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중 NH농협리츠운용 리츠사업본부장 역시 "공실 하락과 임대료 상승이 뚜렷하게 관측되고 이 부분이 투자 수요를 확장하는 이벤트임은 틀림없다"면서도 "아직 금리 인하가 확정적이지 않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투자처로 눈을 돌리던 기관들이 안정적인 수요를 뒷받침하는 오피스 빌딩 쪽으로 투자 시각을 좁힌 상황이지만 시장 회복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철규 코람코자산신탁 리츠사업1부문 부문장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고민한다고 할 때 수요가 탄탄한 서울의 3대 권역을 중심으로 오피스 빌딩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물류센터나 기타 부동산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상업용 부동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 1분기 기준 국내 부동산 간접투자 자산 총액은 9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34조200억원, 2018년 43조2000억원, 2019년 51조2000억원, 2020년 62조원, 2021년 76조원, 2022년 87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해왔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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