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마저 각자도생”… 尹 ‘사회서비스 시장화’ 논란

김은빈 입력 2023. 6. 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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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사회서비스도 시장화·경쟁 체제로 가야”
중산층도 돈 내면 고품질 서비스 받는 ‘가격탄력제’ 추진
전문가들 “취약계층 사회서비스 이용 소외될 수도”
참여연대·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1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돌봄·의료·교육 등 복지 민영화 선언, 윤석열 정부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복지 철학’이 검증대에 올랐다. 사회보장제도의 시장화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하자, ‘사실상 민영화’란 비판이 거세다. 아동 보육과 노인·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의 비용이 비싸지고, 정작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취약계층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사회보장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보장은 우리 사회 스스로를 갉아 먹는다”면서 “사회보장서비스 자체도 시장화·산업화 되고, 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 시장화하지 않으면 성장 동력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회서비스는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아동 보육, 노인장기요양 같은 돌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의 복지 제도다. 현재도 민간이 사회서비스를 주도하긴 하지만, 영세한 기업이 많다보니 서비스 질이 분절적이고, 종사자 처우가 열악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 낮은 돌봄 서비스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의 시장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민간 공급자 간 경쟁을 유도하면, 사회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란 복안이다. 가령 단순 돌보기만 하는 보육을 넘어 놀이 교육과 예체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 ‘융합형 돌봄 모형’ 같은 고품질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단 얘기다.

이러한 서비스는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 자비를 부담하면서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돈을 더 내면 고품질의 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가격탄력제’ 시범사업을 하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사회서비스 민영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 창출을 최우선하는 시장에 복지서비스를 맡긴다면 가격이 더 비싸지고,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과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는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정부는 약자복지를 말하며 각자도생 조장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거리가 먼 곳에 거주하는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에 대한 돌봄 제공은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저소득층 가구보다 중산층 가구의 돌봄 수행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자명하다. 경제적 약자일수록 사회복지 서비스에서 더욱 소외되고 배제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임형택 기자

전문가들도 사회서비스의 국가 책임이 약화될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책 우선순위 설정이 잘못된 것 같다”며 “당장 시설에 입소할 돈이 없어 ‘간병 살인’이 일어나는 등 취약계층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중산층이 사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도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가가 손을 놓겠다는 것”이라며 “민간에 맡기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옛날 얘기다. 공공산후조리원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경쟁률만 봐도 알 수 있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품질이 낮은 건 국가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복지의 계층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돈 있는 사람들이 VIP 병동을 이용하고 취약계층은 이용이 어렵듯, 취약계층은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니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화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 등 서유럽 복지 국가도 중산층이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무상급식처럼 소득비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공영역의 비율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시장화, 경쟁체제 도입 자체는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리기업이 난립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시장화가 된다면 ‘민간 비영리 기업’을 전제로 논의해야 한다”며 “영리기업 중심이 되면 담합, 독과점, 경쟁 등으로 인해 서비스 질이 외려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나 중앙사회서비스원 등이 서비스 품질을 규격화해 품질 저하를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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