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처럼 응애도 '알' 맡긴다…골라서 놓는다, 선택 기준은
4쌍의 다리를 가진 응애는 거미류 중에서도 크기가 작다.
그중에서도 미국이 원산지인 사막이리응애(Neoseiulus californicus)는 성체도 크기가 0.34㎜에 불과하다.
이 사막이리응애가 다른 응애 종류에 자신의 알을 맡겨 보호하도록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뻐꾸기나 감돌고기처럼 탁란(托卵)한다는 것이다.
일본 치바(千葉)대학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연구팀은 최근 사막이리응애의 탁란 과정을 조사한 내용의 논문을 '기능 생태학(Functional Ecology)' 저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사막이리응애는 다른 응애 종류인 기내세이우스 리투리보러스(Gynaeseius liturivorus)에게 자신의 알을 맡겨 지키게 한다는 것이다.
뻐꾸기나 물고기, 나비 등에서 관찰되는 탁란이 응애 종류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막이리응애와 기내세이우스는 둘 다 노랑꽃총채벌레(Frankliniella occidentalis)를 공격해 잡아먹는 포식자다.
반대로 노랑꽃총채벌레는 이들 응애의 알을 포식한다.
기내세이우스는 노랑꽃총채벌레의 유충과 번데기는 물론 성체까지도 공격하지만, 사막이리응애는 노랑꽃총채벌레의 유충과 번데기만 먹고 산다.
결과적으로 기내세이우스는 노랑꽃총채벌레의 성충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알을 지키는 행동을 한다.
이에 비해 사막이리응애는 노랑꽃총채벌레 성충으로부터 자신의 알을 지키는 행동을 직접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알을 기내세이우스 알 가까운 곳에 낳는다.
그러면 기내세이우스 암컷 성충은 자신의 알과 함께 사막이리응애의 알까지 노랑꽃총채벌레 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
이처럼 사막이리응애는 탁란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된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기내세이우스 대신에 칠레이리응애(Phytoseiuluspersimilis)가 있을 때는 사막이리응애가 탁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칠레이리응애는 포식자로부터 알을 지키는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탁란해도 사막이리응애가 얻는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알을 포식하는 노랑꽃총채벌레가 없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여유가 생긴 기내세이우스가 사막이리응애의 알을 골라서 먹어치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랑꽃총채벌레가 없을 때는 사막이리응애도 탁란하지 않고, 별도의 장소에 자신의 알을 낳는다.
항상 탁란하는 뻐꾸기와는 달리 상황에 따라 알을 맡기는 선택적 탁란(facultative brood parasitism)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기내세이우스 입장에서는 사막이리응애 알을 보호해줄 경우 자신의 알을 돌보는 노력이라는 '자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탁란도 일종의 기생으로 간주한다.
사막이리응애 성체도 기내세이우스의 알을 먹기 때문에 사막이리응애 알이 부화해서 숫자가 늘어나는 게 기내세이우스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사막이리응애는 알 포식자가 없을 때는 탁란을 하지 않음으로써 기내세이우스에게 알을 먹히지 않는 선택적 탁란을 한다"며 "이를 통해 탁란을 회피하려는 숙주의 행동 진화를 예방함으로써 기생체(사막이리응애)와 숙주(기내세이우스) 사이의 진화적 군비경쟁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포식 위험이 선택적 탁란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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