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붕괴 누가 아플까? 우크라 작전 엉켰고 러는 방어선 잃었다
지난 6일 붕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카호우카댐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에 전략적 가치가 큰 요충지였던 만큼 향후 전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누가 댐을 파괴했는지가 불분명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누구에게 유리할지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 육교끊기 작전 발목 잡히나
우선 댐 붕괴가 지난 4일 대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서방 군사전문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남부 크림반도에서부터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 이르는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 이른바 ‘육교(land bridge) 끊기’를 노려왔다. 카호우카댐이 있는 헤르손주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자포리자주 등을 장악해 러시아 점령지를 양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군의 중요한 물류 보급로(육교)를 끊고, 크림반도를 비롯한 남부 러시아 점령지를 고립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호우카댐 파괴로 드니프로강 하류 지역이 침수되면서 이러한 작전이 차질을 빚게 됐다. 드니프로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우크라이나군, 동쪽은 러시아군 통제 하에 있는데, 이번 댐 파괴로 침수된 건 강 동쪽 지역이다. 서방 지원에 힘입어 전력이 급상승한 우크라이나 기갑부대의 동쪽 진격이 어렵게 됐다. 미 예비역 육군 중장 스티븐 트위티는 ”댐이 범람하면 물이 농지 등으로 흘러들어 땅이 진흙탕이 되고 장갑차가 진흙탕에 갇혀 통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홍수) 직후에는 본질적으로 그 땅은 습지가 될 것”이라며 “상륙작전 계획이 있다면 당분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댐 파괴는 우크라이나의 선택지를 좁히게 됐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잠재적 진군 경로를 제한하고 방어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시절 댐 폭파를 전쟁에 활용한 전력이 있다.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은 나치 독일의 진격을 막기 위해 드니프로강 중류에 있던 드니프로댐을 폭파했다. 이로 인한 홍수로 민간인 수천여 명이 숨졌다.
댐 붕괴, 러시아에도 막심한 피해
특히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시해 온 크림반도의 물 공급이 타격을 받게 됐다. 파괴된 카호우카댐은 크림반도로 향하는 물의 85%를 공급한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카호우카댐의 수로를 막아 크림반도로 가는 식수 공급을 차단했고,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댐을 점령하며 물길을 다시 열었다. 엘리나 베게토바 유럽정책분석센터 연구원은 “이번 공격으로 크림반도는 수년 동안 식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장악 중인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자포리자 원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발전소 댐 물을 냉각수로 쓰고 있다. 지난해 3월 러시아군에 점령된 후 6개 원자로가 모두 가동을 멈췄지만, 원자로 냉각을 위해선 전력과 냉각수 공급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핵 안보와 관련한 결정적 순간”이라며 다음주 자포리자 원전을 직접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크림반도 포기 무리수?
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희망을 잃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최대 피해를 주려 댐을 폭파했다”고 분석했다. 안데르스 오슬룬드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카호우카댐 붕괴를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며 유정에 불을 지른 것에 비교했다. 그는 “자신들의 영토를 파괴하는 것은 영토를 포기할 때 하는 일”이라며 “공격 행동이 아니라 일종의 ‘신포도 전략’”이라고 말했다.
“남부 진격 위한 우크라 소행” 분석도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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