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휴직’과 ‘고용 세습’… 선관위의 부패한 공생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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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으로 월급 주는 국가기관 가운데 이런 '신의 직장'이 또 있을까 싶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행처럼 이뤄진 '자녀 특혜 채용'의 배경에는 선거가 열리는 해마다 휴직자가 두 배로 불어나는 또 다른 관행이 있었다.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 때 일하지 않으려 휴직 행렬에 나서고, 선관위 간부들은 이를 이용해 자녀에게 정규직 중앙공무원 타이틀을 안겨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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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으로 월급 주는 국가기관 가운데 이런 ‘신의 직장’이 또 있을까 싶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행처럼 이뤄진 ‘자녀 특혜 채용’의 배경에는 선거가 열리는 해마다 휴직자가 두 배로 불어나는 또 다른 관행이 있었다. 공무원 커뮤니티에서 ‘육아런’ ‘휴직런’이라 불린다는 이 관행은 큰 선거로 업무량이 많아지는 해를 골라 육아나 돌봄 휴직을 떠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0년간 선관위 휴직자가 가장 많았던 2021년(193명)과 2022년(190명)은 재·보궐선거와 대선, 지방선거가 잇따라 열렸고, 그 뒤를 이어 많은 2014년(지방선거) 2017년(대선) 2018년(지방선거)도 선거의 해였다. 선거 때 일하라고 만든 조직에서 정작 선거 때만 되면 대거 자리를 비워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자체로 도덕적 해이라고 지탄받을 일인데, 선관위는 그렇게 빈 자리를 전부 정규직 경력 채용으로 충원했다. 휴직 공백을 메우는 계약직 채용 규정이 버젓이 있는데도 굳이 고집한 경력 채용을 통해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로 선관위 정규직이 된 거였다. 2022년 대선 휴직런 때 박찬진 전 사무총장의 딸이 경력직 모집에 합격했고, 2018년 지방선거 휴직런 때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딸이 경력직으로 채용됐다.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 때 일하지 않으려 휴직 행렬에 나서고, 선관위 간부들은 이를 이용해 자녀에게 정규직 중앙공무원 타이틀을 안겨준 것이다. 사무처의 제일 윗선인 사무총장과 차장부터 앞장서서 그리했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간부들의 고용 세습.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공생관계가 선관위 조직 내부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굴러가고 있었다. 선거 업무의 독립성을 방어막 삼아 견제와 감시에서 비켜선 채 자신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왔다. 독립적인 선거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믿고 맡겨놨더니 이심전심이 돼서 잇속을 채우기 바빴고, 그것을 관행이라 여기며 당연시하는 지경이 됐다. 작년 3월 낙마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었는데, 후임자로 역시 자녀가 경력 채용된 박 전 총장을 앉혔던 조직이다. ‘소쿠리 투표’ 같은 황당한 일이 괜히 벌어진 게 아니었다. 선관위 사태는 더 이상 몇몇 개인의 문제일 수 없다. 이런 구태를 바로잡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해온 선관위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조직 전반의 적폐를 찾아내 뜯어고치는 대대적 쇄신 작업이 상시적인 감시 및 견제 기능을 마련하는 법령 정비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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