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병석 (8)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조약돌 같은 향수 ‘그때가 그리워’

최경식 2023. 6.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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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색한 까까머리 중학생이 된 나는 우등생의 길로 달려갔다.

'짧게 깎은 머리와 똑같은 교복에도 서로서로 다른 멋을 부리며 꿈 많았던 시절엔~'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여행스케치의 7집 앨범 타이틀 '향수(그 때가 그리워)'도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의 학창 생활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다사다난한 중학생 시절을 보내던 나와 친구들은 동기생들과 헤어지는 아픔도 그 시절 함께 고스란히 겪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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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 변신시도한 일신중학교 입학
상위 성적 유지하며 ‘모범생’ 애칭도
그룹 여행스케치의 리더 조병석(왼쪽 두번째)씨가 중학생 시절 담임선생님, 학우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색한 까까머리 중학생이 된 나는 우등생의 길로 달려갔다. 얻어걸렸겠지만 ‘부반장’이라는 간부로 초등학교 6학년을 보냈기에 그 흐름은 일신중학교에 입학해서도 계속됐다.

70명이 정원인 한 학급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했고 늘 자신감으로 살아갔다. 나름 잘생긴 ‘모범생’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짧게 깎은 머리와 똑같은 교복에도 서로서로 다른 멋을 부리며 꿈 많았던 시절엔~’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여행스케치의 7집 앨범 타이틀 ‘향수(그 때가 그리워)’도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의 학창 생활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내가 입학한 중학교의 시스템은 ‘남녀7세 부동석’이라는 옛 말씀처럼 합반도 아니었고 남녀가 각각 다른 층, 다른 건물, 다른 교실을 사용하는 분반의 개념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엔 볼 수 없었던 규칙과 체벌이 난무하는 ‘웃픈’ 풍경들이 참 많았었다. 같은 운동장을 쓰는 같은 이름의 중학교 남학생 여학생의 관계였을 뿐, 혹시라도 터질 수 있는 남녀 관계의 여러 가지 불안함 때문에 서로 다른 나라의 땅에서 자라는 나무들처럼 완전 분리 독립적인 체제였다.

그 당시 일신중학교는 여자 중학교였다가 서울시 요청으로 남녀공학으로 다시 변신을 시도하는 상황이었기에 과도한 구분과 분리정책이 시행됐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2학년이 됐을 때 1학년의 남녀공학 시스템에 큰 무리가 왔다고 판단을 했는지 후배인 1학년 남학생들의 추가 입학을 받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간에 낀 남자 중학생 5개 반이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는 상황. 1학년 10개 반 전체가 여학생, 3학년 10개 반 전체도 여학생. 마치 샌드위치 빵과 빵 사이에 맛있게 끼워넣은 햄소시지가 된 느낌이랄까. 하여튼 2학년 1학기까지는 어떤 코미디 영화스러운 상태에서 중학교 생활을 하게 됐다.

결국 중대한 결단과 실행이 찾아왔는데, 2학년 5개 반 전체를 집단 전학시키기로 한 것이다. 늘어나는 시민들의 요청과 나날이 터지는 물리적 사건과 행보들 속에서 집단 이주도 전학도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나와 동년배 친구들은 일신 중학교 입학, 잠실 중학교 졸업이라는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남겼다. 다사다난한 중학생 시절을 보내던 나와 친구들은 동기생들과 헤어지는 아픔도 그 시절 함께 고스란히 겪어냈다.

어쩌면 여행스케치의 리더인 나의 창작품은 아니라고 해도, 송골매 구창모 선배님의 노래인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라는 추억의 명곡이 가슴 속에 가득 울려 퍼지며 철이 들어가는 청소년 시기를 보낸 것이다.

여행스케치의 자체 제작으로, 그 시도가 발전적이었던 7집 앨범 타이틀 곡 ‘향수(그 때가 그리워)’의 마무리 가사는 ‘그때가 그리워’다. 오늘 따라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의 조약돌 같은 추억들이, 밀밭 길을 거닐던 예수님의 귀한 말씀처럼 따사로운 봄날의 꽃잎이 돼 날아온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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