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수의 시시각각] 의지로만 우주 강국 되겠다는 북한
#1 지난해 9월 25일 오전 6시53분 북한은 평북 태천 일대에서 동해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한 발을 쐈다. 사거리는 600㎞. 방향을 남서쪽으로 돌리면 딱 부산에 닿을 거리다. 당시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부산 기지에 입항한 로널드 레이건함을 겨냥한 것이다. 이후 북한은 한국군의 단독 훈련 또는 한·미 연합훈련 때 곧바로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며 맞대응했다. 한국과 미국을 향한 강대강 전략으로의 전환이었다.
#2 지난달 31일 오전 9시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신형 발동기체계(엔진)의 신뢰도와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게 (실패)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6시27분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새로 건설한 발사장에서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 ‘천리마-1형’의 발사 실패를 스스로 알린 것이다. 6일 전 한국의 누리호 발사 성공에 맞대응하려던 강대강 전략의 쓴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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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무발사대 로켓 발사 시도 정황
김정은 “과학은 실패 속 성공으로”
고립·폐쇄는 ‘국경 없는 과학’ 배치
」
북한은 지난 4월 13일 위성 운반 로켓을 응용해 만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6045㎞ 상공까지 쏘아올렸다. 그럼에도 ‘고작’ 500㎞ 상공에 위성을 운반하려다 로켓의 2단계 엔진에 문제가 발생해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의 사출 시도도 하지 못한 채 서해상에 떨어뜨렸다. 우주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보여준다. 지난 6일 만났던 지인이 웃음기를 섞어 질문을 던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챙긴 위성 발사에 실패했으니 북한 기술자들이 아오지로 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의 추정대로 위성 발사 관계자들이 문책당했을 수는 있다. 김 위원장의 체면을 제대로 구겼으니 말이다.
그러나 북한이 위성 발사 ‘재수(再修)’를 선언한 마당에 안 그래도 부족한 기술 인력을 문책하기보다는 독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독특한 방식으로 위성 발사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위성을 쏠 때는 사전 제작한 로켓의 각 부분을 하나로 조립한 뒤 발사대(갠트리 타워)에 거치하고, 발사 직전까지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한다.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발사 사진에는 갠트리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이동식 발사대(TEL)처럼 발사체를 세우고 곧바로 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한이 3단 로켓의 직경을 키워 ‘위성 발사용’임을 과시했지만, 결국 액체 엔진으로도 ICBM 발사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시험이었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평소 “과학 연구사업은 생 눈길을 헤쳐나가는 것과 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사람은 밥을 먹으면서 크고, 과학은 실패 속에서 성공에로(으로) 솟구쳐 오른다”면서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은 이번 실패를 성공을 위한 ‘약’으로 여기려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북한 당국이 잊지 말아야 할 김 위원장의 언급은 따로 있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는 김 위원장의 말이다. 우주 개발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선진국들의 기술이전이 필수다.
북한은 ‘자주’와 ‘우리 식’을 강조하지만, 기술을 훔치지 않는다면 우주 개발에는 한계가 뻔하다.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북한이 군사용 위성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사전 통보 없이 위성을 쏘겠다며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자강력이라는 이유를 들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다면 북한을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나라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계란에 사상을 주입하면 바위를 깬다”는 게 북한의 논리지만, 과학기술은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란 점을 북한은 명심했으면 한다. 나아가 북한이 70년 전 6·25전쟁의 폐허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한 한국을 찬찬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자체 기술로 만든 누리호에 위성을 실어 보내고, 지난 6일 유엔 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한 한국의 노력과 비결을 말이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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