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人焉廋哉(인언수재)
2023. 6. 8. 00:41
공자는 “소행을 보고(視), 그 원인을 살피며(觀), 즐기는 바를 관찰한다면(察), 어떻게 본래의 사람됨을 숨길 수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논어』 위정편 제13장 구절이다. ‘視(볼 시)’ ‘觀(볼 관)’ ‘察(살필 찰)’ 세 글자 사이에는 적잖은 의미 차이가 있다. ‘視’의 ‘見’부분은 ‘눈앞에 나타난 것’을 바라보는 상태를 본뜬 글자이고, ‘示’는 제사상 모양인데 신(神)이 ‘나타나다’라는 뜻이다. 見과 示, 둘 다 ‘보려 하지 않아도 눈앞에 나타나 보임’을 뜻하는 글자이다. ‘觀’은 ‘見+雚(황새 관)’으로 구성된 글자로서 황새가 먹이를 찾듯이 ‘의도적으로 보다’라는 뜻이다. ‘宀(집 면)’+‘祭(제사 제)’로 구성된 ‘察’은 집안 제사 때 소홀함이 없도록 ‘자세히 살펴보다’라는 뜻이다.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소행을 가감 없이 직시하고(視), 행위 동기의 선악도 따져보며(觀), 진실로 즐거운 마음으로 행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察). 소행은 선해도 동기가 선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동기가 선하다 해서 반드시 즐겨 행한 일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이든 자신이든 이런 관점으로 성찰하면 숨김이 없게 된다. 숨김이 없으면 떳떳하여 자유롭고, 숨기려 꼼수를 쓰면 쓸수록 피곤하다. 人焉廋哉! 다 드러내놓아도 항상 떳떳한 삶을 살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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