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호웰이 모아온 내밀한 사물들 #더컬렉터스

2023. 6. 8. 00: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숲속 커다란 나무 사이에 가려진 듯한 런던 아파트와 꼭 맞는 사물들. 모두 그녀, 마거 호웰이 모은 일상 조각이다.
마거릿 호웰의 책장. 그 앞에는 도시 계획가들이 채색 작업에 사용하는 잉크가 담긴 나무 박스가 놓여 있다.
자신의 책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마거릿 호웰.

대중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마거릿 호웰의 런던 아파트는 오롯이 그녀의 필요에 따라 디자인되고, 꼭 필요한 사물로 채워진 집이다. 호웰은 자전거를 씻은 뒤 보관하고, 음식을 만드는 동시에 TV를 시청할 수 있고, 계단을 오르면 반신욕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해 집을 자신의 일상 루틴에 완벽하게 맞췄다. 브랜드 마거릿 호웰의 고객이라면 자신의 삶에 필요한 아름다움과 기능적인 가치를 선호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마거릿은 자신을 패션 디자이너라기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마거릿 호웰은 패션뿐 아니라 가구와 키친 웨어, 세라믹에서 텍스타일까지 다양한 홈 컬렉션도 선보이고 있다. “홈 컬렉션은 우연히 시작했어요. 런던 위그모어(Wigmore) 거리에 숍을 얻고 그 안에 있던 가벽을 제거했더니 엄청난 규모의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우리가 좋아하는 미드 센추리 가구들을 놓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작은 규모의 오브제로 이뤄진 셀렉션을 완성하게 됐죠. 우리는 이에 걸맞은 전시를 기획했고, 전시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활동적인 삶을 옷과 가구 등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그 무렵 마거릿은 남성복 · 여성복의 각기 다른 디자인 팀을 총괄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했고, 마침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자연스럽게 그녀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가구와 세라믹, 러그 등으로 구성된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어머니가 간직해 오던 단추와 벨트 버클 컬렉션은 마거릿에게 소중한 수집품 중 하나.
단추 북과 벨트 버클 컬렉션.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의 삶은 어떨까. “저는 아직도 수영 그리고 사이클링을 즐기는 활동적인 삶을 살고 있어요.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즐깁니다. 항상 무언가를 찾고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정신을 숭배합니다.” 그녀의 집에는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가구들이 많다. “알토의 가구들은 제가 하는 일을 떠올리게 하죠. 매우 심플하고 기능적이며 다용도로 쓰이는 동시에 아름답게 만들어졌거든요. 이런 가치들이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과 맞아떨어져요.” 마거릿이 소중하게 여기는 개인 컬렉션에는 다양한 오브제가 포함돼 있다. 아름다운 컬러와 스트라이프 패턴이 특징인 그레이 포터리 시리즈, 그녀를 포함한 세 자매의 옷을 직접 만들어줬던 어머니가 소장한 단추 보관 상자와 마거릿이 여행하면서 수집한 엽서가 보관된 우드 박스가 포함돼 있다. 이는 그녀에게 특별한 기억을 주는 과거 혹은 스스로 기억하려는 경험을 포함한다.
그녀의 빈티지 컬렉션.
작자 미상의 오리지널 라이프 페인팅.
수지 쿠퍼(Susie Cooper)가 제작한 그레이 포터리(Gray’s Pottery) 컬렉션이 놓인 캐비닛과 마거릿의 1965년 작 오일 페인팅.
마거릿이 아트 스쿨 첫 해인 1965년에 그린 그림들과 알바 알토의 벤치가 어우러진 풍경.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아르텍 암체어 406 두 점을 나란히 둔 거실.
이밖에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오브제는 대부분 자선바자회나 중고 숍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보자마자 즉시 사랑에 빠진 사물들이죠. 때문에 꼭 가져야 했어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가구는 이제는 아주 오래된, 마거릿이 첫아이를 가졌을 때 구입한 르 코르뷔지에의 LC 4다. “이제는 오래돼 낡았지만 아직도 멋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요. 지금도 매일 저녁 LC 4에 앉아 녹차를 마시면서 10시 뉴스를 시청합니다. 제게는 기분 좋고 편안한 시간이죠. 게다가 강한 캐릭터에 활동적인 삶을 살았던, 기능적인 동시에 아름다운 샤를로트 페리앙의 디자인이기도 하고요.” 마거릿에게 현실적인 것은 중요한 가치다. 꼭 필요한, 좋은 퀄리티의 무언가를 추구하는 그녀의 노력은 전후시대에 자란 그녀의 삶과 깊이 관계돼 있다. 마거릿 호웰이 알바 알토, 르 코르뷔지에,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 외에도 학교 의자나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도구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라이프스타일에서 일까지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그녀가 느끼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떤 것일까.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공간에 놓인 메탈 레그의 포미카 테이블. 벽에는 그녀의 트렌치코트가 걸려있다.
스툴은 오리지널 알바 알토 디자인. 하프 라운드 테이블 역시 알바 알토 디자인으로 아르텍에서 생산했다.
여행하며 수집한 엽서가 보관된 우드 박스.
“저에게 아름다움이란 ‘진정한 어떤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자연만큼 진정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죠. 서포크(Suffork)에 60년대 스타일의 집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의 자연을 보면서 자주 큰소리로 “정말 너무 아름다워!”라고 외치곤 해요. 자연이야 말로 제가 무엇보다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어릴 때 우리 세 자매를 도심 밖의 농장이나 시골로 데리고 가 시간을 보내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그때부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